카테고리 보관물: It’s cool!

샤부샤부 시와 (しゃぶ膳 紫波)

하네다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시부야로

하네다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시부야로

시부야 히카리에에서 미팅을-

시부야 히카리에에서 미팅을-

5월 초에 새 직장으로 옮긴 대포고냥군.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좋은 회사에서 좋은 분들과 일하게 되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출장은 한국에서 시작할 신규 비즈니스의 일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6월 12일 부터 1박 2일 일정이었다. 오전 이른 항공편을 타고 하네다 공항에 내리니 11시 반, 호텔에 짐을 풀고 4시 미팅까지 시부야 여기저기를 이사님과 실장님을 모시고 방황. 일본은 역시 습하다. 잠깐 걸어다녔을 뿐인데 땀이 뻘뻘. 여기도 냉방온도 제한을 하는지, 어딜 가더라도 땀이 싹 마르는 그런 곳은 없구나. 예전의 일본은 이렇지 않았는데… 미팅은 역시 시부야의 히카리에 빌딩. 2년 전, 히카리에가 막 오픈했을 무렵에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멋진 사무실이라 생각했었는데 세월에 장사 없는지 이젠 그냥 그냥 그렇다. 4시의 미팅을 잘 끝내고, 일본 법인의 담당자께서 미리 예약해두신 식당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 어라, 여기는 오모테산도네? 게다가 캣츠스트릿이네? 오오- 여전히 여기는 고급지다. 캣츠 스트립 중간 쯔음에서 좁은 골목을 따라 뒷길로 가니, 한가한가 비싼비싼 분위기의 샤부샤부집 ‘시와’ 발견.

오모테산도의 샤부샤부집 '시와'

오모테산도의 샤부샤부집 ‘시와’

‘시와’ 는 샤부샤부 집이다. 일본 법인 담당자께서 추천메뉴로, ‘게 샤부샤부 코스’ 와 ‘문어 샤부샤부 코스’ 를 권해 주셨다. 읭- 게랑 문어를 샤부샤부로 먹는건 처음이라 초 기대.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왼편은 일렬로 놓여진 긴 테이블 석이 있고, 오른편은 일반 테이블이다. 자리에 앉으니, 하얀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한, 초 댄디댄디 주인께서 주문을 받는다. 일행이 넷이라, 게 샤부샤부 코스 둘, 문어 샤부샤부 코스 둘을 주문. 음료는 생맥주와 이름은 잘 모르나 꽤 비싼 찬 일본주. 정말 작은 호리병에 담긴, 서너잔 부으면 끝일 것만 같은 양이다. 그리고선, 일본주 잔이 가득 담긴 소쿠리 (?) 를 내밀며 하나를 고르란다. 남자라면 역시 핑크핑크 잔이라고 말하고 싶다.

– 자 참고로 여기까지 사진은 넥서스5 사진, 이하는 리코 GR

식전요리로 복어 껍데기를 채를 썰어 젤라틴으로 굳힌 것이랑 전복내장이 나왔다. 복어젤라틴은 딱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껍데기가 꼬들꼬들 한 것이 탱탱한 젤라틴과 잘 어울린다. 그런데 전복내장은 그다지 생선을 즐기지 않는 대포고냥군에게는 난이도가 꽤 높은 음식이었음. 다른분들은 정. 말. 잘 드시길래 남은 한 조각을 드림. 나이 오십이 되면 나도 잘 먹을 수 있게 될까? 식전요리를 다 먹었으니, 메인 요리가 나올 차례다. 그런데 처음부터 육수를 붓고 불을 올려둔, 저 샤부샤부 냄비의 포스가 쩐다. 난 저런거 처음이야! 뭔가 검은 돌을 그대로 깨서 만들었나 했더니, 잘 보니 금속 냄비 위에 도자기 빚듯 흙을 올려 구운듯. 여튼, 비쥬얼 최강임. 게 샤부샤부코스는 게다리 세 개에, 조개 관자 둘, 문어를 회 뜬 것 두 조각이 나오고, 문어 샤부샤부 코스는 문어 회 뜬 것이 여섯조각, 문어 흡반이 대 여섯개, 조개 관자가 두개 나왔다.

일단 술잔을 고르는 것으로 코스의 시작

일단 술잔을 고르는 것으로 코스의 시작

잘게 썬 복어껍질를 젤라틴으로 굳힌것

잘게 썬 복어껍질를 젤라틴으로 굳힌것

전복의 내장

전복의 내장

샤부샤부 나베의 포스가 ㄷㄷㄷ-

샤부샤부 나베의 포스가 ㄷㄷㄷ-

게 샤부샤부 (카니 샤부샤부)

게 샤부샤부 (카니 샤부샤부)

문어 샤부샤부 (타코 샤부샤부)

문어 샤부샤부 (타코 샤부샤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빠뜨리자. 문어 흡반만 살짝 더 오래 익혀야 하고, 다른 것들은 10초 내외로 살짝 데쳐서 먹으면 된다. 문어는 정말 신선신선해서 꼬들꼬들함이 말로 표현할수가 없는데 특히 흡반이 이렇게나 맛있을 줄은 몰랐다는. 조개 관자는 뭔가 먹으면 뭉클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그냥 녹아내림. 게 다리살은 뭐… 보통 한국에서 쪄서 먹는 게만 먹다가, 이렇게 살짝 데쳐 먹으니 완전 느낌이 다르다. 찐 것과 회의 중간 느낌이랄까. 여튼 아주아주 좋다. 다 먹고 나니, 야채와 버섯, 두부를 가져와 넣어준다. 평소에 보던 샤부샤부는 처음에 야채부터 넣는 것이 일반적이라 신기하다 했다. 아마도, 게나 문어와 같은 좋은 재료들의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라고 맑은 다시에 샤부샤부로, 그래서 야채는 나중에 주는듯. 뭔가 야채도 정갈정갈하고 재료도 참 반질반질 한 것이 참으로 예쁘다. 아… 정말 잘 먹었다… 이젠 디저트가 나오겠군? 하는 순간!!!!

이게 뭐얔-! 사장님,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마블링 초 아름다운 쇠고기 샤부샤부 등장. 양도 정말 많다. 아니 근데, 일본의 소고기 샤브샤브에 쓰는 고기는 이렇게 기름기 많은 고기를 쓰나요? 이건 뭐 한국에선 구워 먹는 꽃등심 뭐 이런 고긴데 말이다. 역시나 정말 부드러워서 씹기도 전에 그냥 녹는다. 다 먹고나니 살짝 느끼한 느낌. 정말 배 터지겠다. 일본 사람들이 소식한다는 것 전부 구라인듯. 으어- 그래도 대포고냥군은 열심히 꾸역꾸역 먹는다. 냐냐냐- 마지막으로 후식. 떡 튀김 + 오리엔탈 소스, 그리고 매실 젤리. 둘 다 매우매우 좋았음. 떡 튀김의 식감도 바삭한 것도, 치아에 달라붙는 정도도 아닌 아주 적절하였고, 특히 매실 젤리! 이거 정말 맘에 들었다. 매실 과육이 그대로 사각사각 느껴지는… 최고다.

10초 기다리느라 현기증이...

10초 기다리느라 현기증이…

보통 먹던 샤부샤부와는 달리, 메인코스 후에 야채를 준다

보통 먹던 샤부샤부와는 달리, 메인코스 후에 야채를 준다

깔끔하다-

깔끔하다-

잘 먹었다 싶었는데, 다시 쇠고기 샤부샤부 시작

잘 먹었다 싶었는데, 다시 쇠고기 샤부샤부 시작

마지막으로 떡튀김-

마지막으로 떡튀김-

좋고 비싼 식당 '시와'

좋고 비싼 식당 ‘시와’

인 당, 6-7천엔 정도. 거기에 음료까지 하면 꽤 비싼 식당을 다녀왔다. 항상 일본을 다녀올 때 마다, 뭔가 일본인들만 아는 이런 좋은 식당들을 찾아다니고 싶은데,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도, 올해 징징양이랑 오사카를 다녀왔을 때는, 작고 맛있는 그런 보물같은 술집들에 도전해 보았지만 말이다. 첫 날, 이렇게 좋은 식사를 하고선 숙소로 돌아와 기절. 다음 날도 오전 일찍 다시 히카리에에서 미팅. 돌아오는 비행편 시간 까지 오모테산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마침 6월 13일이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점 오픈일이라 거기도 다녀왔다. 오모테산도 점 오픈기념 아이폰5 케이스가 있다길래 살짝 기대하고 갔었지만 일찌기 품절. 휴우… 애플스토어 정문에서 4K 카메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찍고 있던데, 대포고냥군도 기웃기웃 하다가 찍혔을 지도. 도쿄에 오니, 또 징징양이랑 도쿄여행도 다시 오고싶네. 오사카도 오사카나름대로, 도쿄도 도쿄 나름의 매력이 있는듯하다. 짧고, 급한 출장 이야기 끗-!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점 오픈도 구경-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점 오픈도 구경-

돈 멜초 (Don Melchor)

아끼고 아껴두었던 와인을...

아끼고 아껴두었던 와인을…

국적기를 타고 외국에 나갈 때 마다, 좌석 앞 포켓에 꽂혀있는 면세품 판매 책자의 와인을 꼭 한 번 사 보고 싶었다. 언제나 사야지 사야지 했었다가, 와인은 출국시에 미리 예약을 해 두어야 돌아오는 편에 load 해 둔다는 것을 잊고는 항상 후회 했던 대포고냥군. 그래서 올해는 오사카로 출국하면서 잊지 않고 주문해 두었다. 5만원대의 저렴한 와인에서 부터 꽤 비싼 것 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처음부터 20만원대가 넘어가는 와인을 사려니 손이 떨려서… 결국 적당한 (?) 11만원대 돈멜초 (Don Melchor) 2009년 빈티지로 골랐다. 돈 멜초는 칠레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인 ‘콘차 이 토로’ (Concha Y Toro) 의 아이콘과 같은 고급와인으로, 2000년대 이후로 카베르네쇼비뇽에 카베르네프랑을 5% 미만으로 블랜딩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과, 열리기까지 꽤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카베르네쇼비뇽의 특성을 보완한 아주 섬세한 와인이라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얼른 따서 맛보고 싶었지만, 그 동안 대포고냥군의 이직도 있었고, 우리 결혼 7주년 기념일도 있었고 해서, 좋은 날에 열기로 해서 거의 한 달간 해가 들지 않는 다용도실 깊은 구석에 잠자고 있었다는.

돈멜초는 열리기 까지 두어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고 적은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마셔본 느낌으로는 돈멜초는 결코 그렇지 않다. 코르크를 열고나서부터 느껴지는 산미와 탄닌은 절대 무겁지 않으며 오히려 참 부드럽고 향긋하다. 일부러 와인의 2/3 쯤을 남겨 두었다가 다음날 마셔 보았는데, 처음과는 달리 너무 힘이 빠져버린 탓에 캐 후회했다. 젋은 시절, 와인 마시는 모임에서 오퍼스원 (Opus One) 을 한 잔에 5만원을 내고 마셨던 일이 있었다. 그 때도 ‘맛있지만 별 감흥은 없는’, 이게 한 병에 75만원이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겨우 맛있는 와인과 맛없는 와인 정도를 구분하는 정도이지만 돈멜초의 향기가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참 맛있게 먹었다. 적당한 (?) 가격에 말이다.

최근 마쉐코3를 보며 팬이 된, 김훈이 쉐프님의 말을 빌어서 마무리를 짓자면 ‘맛있게 먹었으니까 합격 드리겠습니다.’

돈 멜쵸 (Don Melchor)

돈 멜쵸 (Don Melchor)

그런데 안주가...

그런데 안주가…

2014 봄, 칸사이 여행 – 야채가게와 밥 ‘우라야’

채소 위주의 몸에 좋은 정식을 먹을 수 있는 우라야

채소 위주의 몸에 좋은 정식을 먹을 수 있는 우라야

난바파크에서 약간의 쇼핑을 끝내고 나와, 다음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불과 한 시간 전, 안티코카페에서 먹은 브런치가 전혀 소화되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더 넣어보도록 하자. 오늘 점심 식사를 할 곳은 ‘야채가게와 밥’ 이라는 컨셉의 우라야. 난바파크에서 약 1Km 정도 거리였지만, 발바닥 체력을 아껴두기 위해 택시를 탐. 우라야는 미나토마치 (湊町) 에 있는 센니치마에도리 (千日前通) 거리 변에 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메뉴나, 영업시간등을 빼곡히 적어 둔 나무 판들이 서 있다. ‘신선야채’, ‘집 밥’, ‘야채 위주의 일일 정식을 제공합니다.’ 같은. 그러고보니, 우라야의 정식 명칭은, ‘팔백옥 (八百屋) 과 밥, 우라야’ 이다. 팔백옥이 ‘팔백가지의 야채를 파는 집’ 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인지, 여튼 ‘야채가게’ 라는 뜻임. 나즈막한 계단을 통해 인도에서 살짝 높은 곳에 위치한 우라야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오잉? 밥집인데 '신선 야채'?

오잉? 밥집인데 ‘신선 야채’?

실내에 들어오니, 직사각형의 공간의 반이 주방, 나머지 반이 자리다. 주방과 나란히 두 줄로 놓인 테이블의 양쪽으로 일본식의 벤치식 자리가 총 4열, 그 주변을 냉장고와 식재료 들이 채우고 있다. 주방과 자리의 경계가 매우 낮은데다가 천정이 높아서 인지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답답하지 않다. 일단 주문을 하고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징징양은 ‘우라야의 일일정식’, 나는 ‘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 으로 정했다. 메뉴의 뒤에 있던 푸딩,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18:00 시 까지는 정식 메뉴외엔 준비가 되지 않는단다. 저녁에 간단한 안주와 일본주를 먹어봐도 참 좋겠다 싶었다. 한쪽 벽에는 각종 식재료들이 선반에 잘 정리되어 있다. 몇가지 과일과, 야채, 계란, 미소된장, 쌀, 스파이스와 소금 등 뭔가 품질이 굉장히 좋아보인다. 여기서 ‘탄화 소금’ 이라는 시커먼 물건을 봤는데, 처음엔 석탄 가루인줄 알았다. 소금을 고온으로 태운 것 같은데 디톡스에 효과가 있는듯. 주방 가운데는 스테인리스제 조리대가 있고, 위에 커다란 후드가 달려있다.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오픈형 주방이라는 것이 안이 보여 위생 면에서 보다 신뢰가 간다든지 하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보다 큰 가치는 손님이 주방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인 것 같다. 뭐랄까 스시가게의 일렬로 나란히 마련된 자리에 앉은 그런, 요리사와 손님이 교감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다.

징징양은 '우라야 일일정식', 대포고냥군은 '돼지 생강 구이 정식'

징징양은 ‘우라야 일일정식’, 대포고냥군은 ‘돼지 생강 구이 정식’

가게 한 켠에는 신선한 식재료를 팔고 있고

가게 한 켠에는 신선한 식재료를 팔고 있고

다른 한 쪽엔 냉장고

다른 한 쪽엔 냉장고

주방이 완전 오픈 되어 있어서인지, 왠지 신뢰가 간다

주방이 완전 오픈 되어 있어서인지, 왠지 신뢰가 간다

담배를 태우며 – 밥 집 임에도 점내에서 흡연이 가능하다! – 십 여분 기다리니 드디어 식사가 나왔다. 정말 한 눈에 보기에도 몸에 좋을 듯한 비쥬얼. 먹어 보기도 전에 맛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정직한 한끼 식사, 뭐 그런 느낌이다. 징징의 ‘우라야 일일정식’ 은 밥과 미소된장국, 돼지고기 감자조림에 작은 몇가지 조림야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신기한 건 ‘지지미’ 라고 표기된 한국식 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에게도, 한국 음식은 야채 위주이고, 몸에 좋다는 느낌인 걸까. 대포고냥군은 ‘우라야 정식’ 에서 돼지고기 감자조림이 돼지고기 생강구이로 바뀐 ‘부타쇼가야키 정식’ 이다. 참 담백하고 깔끔한 맛. 여기서도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곳이 인기인걸까나. 다만, 각각 정식의 메인 요리들은 양이 조금만 많았으면 좋겠…

‘야채가게와 밥, 우라야’ 는 참 괜찮은 가게다. 800엔 정도의 가격에 이렇게 정갈한 식사는 기대 이상이다. 한국에서 팔천원으로 먹던 밥은 어떤 것이 있었더라… 오사카 여행중인 분이면서, 마침 난바 근처에서, 따뜻하고 hearty 한 집 밥 같은 것이 생각나신다면, 우라야에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뭔가 강렬하고, 색다르고, 이국적이고 그렇진 않지만 ‘참- 괜찮은’ 밥집이다.

우라야 일일정식. 돼지고기 감자조림, 된장국, 생 두부, 조림요리 2종 그리고 한국식 전

우라야 일일정식. 돼지고기 감자조림, 된장국, 생 두부, 조림요리 2종 그리고 한국식 전

돼지고기 생강 구이 정식- 부타쇼우가야키 정식

돼지고기 생강 구이 정식- 부타쇼우가야키 정식

참 정갈한 일본식 집 밥 가게, 우라야

참 정갈한 일본식 집 밥 가게, 우라야

2014 봄, 칸사이 여행 – 난바파크, 안티코카페

쓰리샷인건가! 트리프레소-

쓰리샷인건가! 트리프레소-

둘째 날은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일찍부터 고베로 이동해야 함. 무계획 여행 전문인들인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오전에 호텔에서 당일 가 볼 곳들을 대- 에- 충- 정해 본다. 일단 오늘은 난바,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쪽에서만 움직이는 것으로. 어제 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산 맥심 트리프레소 이거 괜찮은 것 같다. ‘밀크가 좋은 3배 농축 에스프레소’ 라… 뭔가 이런 빨대로 찔러 마시는 커피류 치고는 엄청 진한 느낌. 정신이 훅- 들어온다. 자자- 너무 늦기 전에 어서 난바로 이동하자. 미도스지센 지하철을 타고 난바역으로. 그리고 난바 파크로 연결되는 길고 긴 지하 상가를 통과하는데, 롯데리아에서 ’10미터급 진격의거인 포식세트’ 라는 걸 팔고 있다. 자세히 보니, 치즈타워 버거를 5미터 급, 7미터 급, 10미터 급 – 미터라는게 패티의 장 수다 – 세 가지 중에서 선택 할 수 있고, 거기에, 진격의 거인에서 나오는 입체기동장치와 칼을 모델링한 키 홀더를 묶어 파는 세트. ㅇㅅ의 앨런 오야, 나이 마흔이 넘은 난…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거니? 그나저나 패티 열 장이 들어간 치즈 버거를 먹을 순 있는건가. 흡연석이 롯데리아에 있다는 것에 더 관심이 가는 대포고냥군. 그것도 지하 아케이드 내에 있는 매장인데! 여튼 난바 파크까지 계속- 계속- 걷자.

'10미터급 진격의 거인 포식세트' 보다 롯데리아에 흡연석이 있다는 것에 더 관심이...

’10미터급 진격의 거인 포식세트’ 보다 롯데리아에 흡연석이 있다는 것에 더 관심이…

난바파크 도착!

난바파크 도착!

난바 파크에 도착! 난바의 쇼핑 포인트라면 ‘난바 시티’ 와 ‘난바 파크’ 가 대표적인데, 시티는 브랜드 품에, 파크는 좀더 캐쥬얼한 브랜드와 잡화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난바 파크는 옥상이 정원이라 친 환경 건물로 유명하다는. 여튼, 여기에 어제 L 사이즈가 없어 사지 못햇던 백앤나운의 또 다른 매장이 있다. 징징양이 당이 떨어졌는지 배가 고프다고 징징대고 있다. 가방은 일단 얘를 좀 먹이고 가는 걸로. 난바역에서 난바 파크로 연결되는 통로를 나오자 마자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라는 이탈리안 카페를 발견. 징징양의 말에 의하면, 롯폰기힐즈에도 브랜치가 있는 좋은 카페란다. 좀 찾아보니, 나중에 가보기로 한 HARBS 와 같은 그룹 – 시게미츠 – 에서 운영하는 듯 함. 평일 오전이라 한산한 것이 참 좋다. 역시 남들이 일 할때 놀러다녀야 하는?

내부는 앤틱계 임에도, 아주 올드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고 경직된 분위기도 아닌것이 적당히 캐쥬얼하고 현대적임.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정. 말.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로 가득 찬 쇼케이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한참을 그냥 멍하니 쇼케이스 앞에서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능. 샌드위치 말고도 슈크림이 꽉꽉 들어찬 비니에와 젤라또와 같이 서브되는 프랜치토스트, 쇼콜라 같은 커피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스낵류도 참 맛있어 보인다. 우리는 간단히 요기를 할 겸해서 라테 두 잔과, 샌드위치 2 종을 주문하기로 했다. 징징은 ‘콧코’ 라는 에그, 소시지, 오이 샌드위치를, 난, 모짜렐라와 파르미제노 크림,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 아… 이건 뭐… 이 카페 브랜드의 컨셉이 ‘캐쥬얼’ 한 이탈리안 카페라는데, 보통 한국에서 ‘캐쥬얼’ 이라 불리는 그런 완성도가 아니다. 파니니나 샌드위치에 쓰이는 모든 빵은 타 회사에서 납품 받지 않고, 직접 만들고 있고 햄과 소시지를 비롯한 재료들이 정말 신선하다.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웹사이트의 브랜드 소개에 이런 말이 있다. ‘이탈리아 생활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인 바르 (bar) 를 컨셉으로…’ 음식을 맛 보고 난 후에서야, 컨셉에 대해 납득을 하게 됐달까.

유럽유럽스러운 안티코 카페

유럽유럽스러운 안티코 카페

차분차분 고풍고풍 분위기

차분차분 고풍고풍 분위기

아아- 아름다운 샌드위치들을 보라!

아아- 아름다운 샌드위치들을 보라!

스피나치 (시금치) 샌드위치

스피나치 (시금치) 샌드위치

샌드위치 외에도 이것저것 많다

샌드위치 외에도 이것저것 많다

징징양은 콧코 - 달걀과 햄 그리고 오이 샌드위치. 430엔

징징양은 콧코 – 달걀과 햄 그리고 오이 샌드위치. 430엔

대포고냥군은 모짜렐라와 파르미제노 크림 샌드위치. 460엔

대포고냥군은 모짜렐라와 파르미제노 크림 샌드위치. 460엔

다음에 다시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 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꼭 크림브륄레를 맛보겠다. 뒤 늦게 여기저기 찾아보니 다들 권하던데 어느 정도길래… 일본에서 여기저기 카페를 다녀보면, 정말 그 퀄리티에 깜. 짝. 놀라게 된다. 커피 맛은 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인적이 드문 뒷 골목 구석의 카페에서 서브되는 음식들을 먹어보면,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카페라는 업종이 지키고 있는 그 수준 자체가 너무나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서비스 마인드까지. 여행을 하던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던 중 만난 직원들로 인해, 조금이라도 언짢았던 기억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지하철 역사 내, 정말 간단한 카페에서 조차 진중하게 자기 맡은 일을 하는 사람들. 어떤 형태든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업종에선 정말 당연한 미덕에 대해서 왜, 대포고냥군은 여기 일본에서 감동받고 있는 것일까. 세계로 브랜치를 확대 하고 있다는 국내의 모 커피 프랜차이즈, 그런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듬.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난바 파크의 꼼데가르송에서 이것 저것 선물도 사고, 징징의 줄무늬 티셔츠 – 사도사도 끝이 없는 줄무늬 티셔츠의 블랙홀 – 도 하나 삼. 3층의 백앤나운에선 검정색 툴백 L 사이즈를 성공적으로 GET 함. 돌아와서 포스팅을 쓰다보니, 난바 파크를 좀 더 꼼꼼히 구경해 볼껄 하는 후회도 살짝 든다. 자- 이제 또 점심을 먹으러 가야지? 그럼 방금 먹었던 안티코 카페 알아비스에서의 그건 뭐였담… 이 쯤에서 우린 이번 우리의 여행의 컨셉이 ‘먹방’ 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려야겠다.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징징양은 꼼데가르송에 눈이 뒤집히고...

징징양은 꼼데가르송에 눈이 뒤집히고…

2014 봄, 칸사이 여행 – 네기야키 야마모토 등

오사카에서 빨간 관람차가 보이면?

오사카에서 빨간 관람차가 보이면?

일본여행 초보 시절에는, 낮에 해가 떠 있는 동안 발이 터져라 여기 저기를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 거리를 사서 일찍 숙소로 들어가 쉬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 부터 일본의 밤도 궁금해 졌달까? 아마 지난 일본여행 부터, 술집을 찾아 다니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것도 점점 뭔가 하드코어 (?) 해 져서,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는, 일본인들만 아는 그런 곳을 찾아 다니려고 하는 경향이… 여튼, 이 포스팅은 칸사이 여행의 첫 날의 음주에 대해서 쓸까 한다. 사실, 첫 날의 음주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었다. 쿠보 (久房) 라는 이자카야 였는데, 먼 길을 추적추적 비까지 맞으면서 열심히 걸어 갔더니, 문을 닫았더라는. 정기휴일이었으면 문에 뭔가라도 걸려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고 해서 문을 닫았나 싶었다. 그래, 우리 지난 오사카 여행 때 먹었던 네기야키나 먹자구. 일단, 네기야키 야마모토는 오사카에만 몇 개의 점포가 있는데, 일본의 타 지역에는 브랜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오사카가 원래 근거지인듯. 우리가 갈 네기야키 야마모토 우메다 에스트점 (梅田エスト店) 은 햅파이브 (HEP Five) 의 빨간 관람차 근처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大阪市北区角田町3-25 エストE27.

그런데 여기는 올 때 마다 대여섯 명의 대기열이 있다. 줄을 서서 먹는 것으로 보면, 그렇게 캐쥬얼한 음식은 아닌건가… 입구 한켠에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그 외엔 바깥에 서 있어야 한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도 무조건 기다림. 의외로 줄은 빨리 줄어든다. 바깥에서 징징양이랑, 지난 번엔 네기야키 하나를 둘로 나눠 먹은 것이 아쉬웠다느니, 오늘은 엄청 먹어주겠다느니 잡담을 하고 있으니, 우리 차례라고 불러줌. 앗, 이번엔 바 자리가 아니다. 안쪽에도 철판이 달린 테이블들이 꽤 있구나.  일단 목이 마르니, 징징은 생맥주를, 나는 유자 츄하이.

비도 오는데 좀 빨리 들여보내 줬으면...

비도 오는데 좀 빨리 들여보내 줬으면…

이 날은 테이블에 앉음- 징징은 나마비루-

이 날은 테이블에 앉음- 징징은 나마비루-

대포고냥군은 츄하이-

대포고냥군은 츄하이-

네기야키는 야마모토의 시그니쳐 메뉴인 스지네기로-

네기야키는 야마모토의 시그니쳐 메뉴인 스지네기로-

지난 번에는, 아마도 규니쿠네기 (소고기 네기야키) 를 먹었던 것 같은데… 사실 여기의 시그니쳐 메뉴는 스지네기 (소 힘줄 네기야키) 라고 들었다. 그 외에도 메뉴가 엄청 많다.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 소 힘줄, 새우, 가리비, 겨울 한정 메뉴인 굴 네기야키… 거기에 오징어, 소고기,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간 듯한 디럭스네기, 해산물 콤보의 해산물네기, 네가지 재료가 들어간 하이디럭스네기 라는 것도! 그리고, 이번엔 네기야키 말고 다른 메뉴도 하나 주문해 보기로. 오코노미야키도 있고, 야키소바도 있고, 철판 구이라는 것도 있다. 음… 야키소바로! 꽤 기다려서 네기야키가 나왔다. 바 자리든, 테이블 자리든 붙어있는 철판은 정말 미묘한 온도를 유지하는 듯하다. 뭔가 음식이 탈 온도 보단 낮고, 보온을 위한 것이라기엔 살짝 높은. 그래서 뭔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바삭해 지기만 할 뿐, 시커멓게 타진 않는다.

먼저 스지네기! 아… 이거 정말 맛있음. 사진을 보니 또 입안에 침이 고이는데, 말캉한 곤약이랑 정말 부드러운 소 힘줄이 끝내준다. 스지 (소 힘줄) 를 사용한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 것 같은데, 뭔가 먹어보기 전에는 엄청 질기고 그런 걸 상상했다. 완전 반대라는. 먼저 나온 스지네기를 반씩 나눠 먹다가 또, 하나씩 시킬걸 하는 생각을 함. 근데 뭐 야키소바도 주문했으니까 괜찮겠지 하지만 역시 조금 아쉽… 스지네기를 다 먹어갈 때 쯤, 야키소바를 내 줌. 왠지 모르겠으나, 일본을 정말 자주 다녀본 대포고냥군도 야키소바를 가게에서 먹어본 일은 처음인듯 하다. 그게… UFO 같은 걸출한 인스턴트 야키소바가 많아서 그런것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튼, 생전 일본 가게에서 처음 먹는 야키소바. 아 이건 뭔가 다르다. 내가 알던 야키소바랑은 뭔가 달라. 이런게 야키소바라는 것인가! 대략 기본적인 맛은 비슷한데도 소스랑, 생강이랑, 면이랑 모든것이 다르다. 정말 인스턴트 라면과 생라면의 차이 정도랄까… 뭔가 먹다보면 철판에 구워져서 마지막엔 바삭해진 면을 먹게되는데, 난 이게 왤케 맛있는지… 다음에 일본에 올 땐, 야키소바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한 번 들러봐야겠다.

오아- 스지네기 정말 맛있다-

오아- 스지네기 정말 맛있다-

야키소바!

야키소바!

고치소우사마데시타! 다시 올께- 야마모토!

고치소우사마데시타! 다시 올께- 야마모토!

야마모토에서 맥주 한 잔과 츄하이를 먹은 것으로는 아쉽다! 둘이 살짝 발그레 해진 채로 더 남쪽으로 남쪽으로. 또 발바닥이 한계라고 울부짖을 쯤, 소네자키 (曾根崎) 근처에서 나름 2차를 가기로! 근데 징징양이 나름 검색을 하더니, 토리키조쿠 (鳥貴族) 라는 곳을 찾았단다. 구글 맵이 알려주는 근처를 돌고 돌아도 찾기 힘듬! 결국 찾았는데, 이건 매우매우 험블한 야키토리 가게군. 뭔가 분당 서현의 지하 포장마차 같은 비쥬얼의 토리키조쿠는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정말정말 대중적인 야키토리 체인이었다는. 우리가 갔던 곳도 뭐 백십몇호점 이라던가;;; 그 후에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 블럭 건너 토리키조쿠가 보인다. 여튼, 체험! 저가 야키토리 체인! 가게 앞에는 대기자를 위한 의자가 세개 쯤 있고, 그 옆에 뭔가 은행의 대기표 뽑는 기계 같은 것이 떡 하니 있다. 이리저리 눌러보니, 일행이 몇인지, 미성년자가 있는지 이런 걸 입력 받음. 그러고선 대기표가 나옴. 안에 직원은 나와 보지도 않음 ㅎㅎㅎ. 뭐 일본 여행 프로페셔널이라면 덤덤하게 기다려주지. 10여분을 기다리니, 뭔가 엄청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 직원이 나와서 들어오란다.

먼저 음료 부터 주문하라는. 아니 메뉴나 주고 주문하라고 하셔야… 일단 츄하이 두 잔. 그리고 징징양이 이상한 괴식을 주문함. 모찌고로케 같은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속에 까망베르 치즈가… 그리고 겉엔 버터 조각까지 녹고 있어! 뭐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딱 그 비쥬얼 같은 맛임. 그리고 닭껍질 구이를 시켜볼까나… 대부분의 메뉴는 타레 (소스) 와 시오 (소금) 으로 나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닭껍질 구이도, ‘카와타레’ 와 ‘카와시오’ 로 되어 있는 식이다. 닭껍질 구이는 소스로, 닭다리구이는 소금구이로 주문했는데, 역시 소금구이가 깔끔하고 우리 스타일인듯? 그리고 규가쿠 (牛角) 의 시오캬베츠 – 양배추에  샐러드 오일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 안주 – 를 생각하고 주문했던 양배추는 규가쿠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근데 뭐, 제한 없이 리필 해 준다니… 여튼, 토리키조쿠에선 츄하이 두잔씩이랑 약간의 안주를 먹고선 끝. 다음 날엔 더 고급고급한 곳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숙소로 귀환.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점보 야키토리, 토리키조쿠-

점보 야키토리, 토리키조쿠-

징징이 주문한, 까망베르 코로케

징징이 주문한, 까망베르 코로케

양념 닭껍질 구이, 카와타레

양념 닭껍질 구이, 카와타레

얼마든지 리필해 주는 카베츠

얼마든지 리필해 주는 카베츠

다리살 소금구이, 모모키조쿠야키

다리살 소금구이, 모모키조쿠야키

2014 봄, 칸사이 여행 – 동양정 (東洋亭)

백 년 역사의 경양식 - 동양정

백 년 역사의 경양식 – 동양정

작년엔 이사도 있었고,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매 년 가곤 했었던 여행을 가지 못했다. 게다가 쌓여있던 항공사 마일리지도 소진할 겸 해서 벚꽃이 피크에 달하던 4월 첫째 주에 출발한 칸사이 여행. 칸사이라면 오사카, 쿄토, 나라, 고베 정도 일텐데, 올해는 느슨느슨 쉴 겸 해서 오사카와 고베만 둘러보고 오는 것으로 정했다. 김포에서 출발, 칸사이공항에 내려 한 시간 가까이 난카이센 (南海線) 을 타고 난바 (難波) 역에 내렸다. 우리가 오사카에 머무는 동안 묵을 호텔은 미도스지센 (御堂筋線) 으로 난바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요도야바시 (淀屋橋) 역에 있었는데, 호텔로 가기 전에 이번 여행에서의 첫 식사를 하기로. 징징이 주변에 유명한 경양식 집이 있단다. 난바역에 있는 백화점 타카시마야 (高島屋) 의 7층에 위치한 동양정 (東洋亭). 아, 사실 이번 여행을 오사카와 쿄토가 아니라 고베로 정한 것은 일본의 경양식과 디저트를 질릴정도로 먹어보고 싶어서였… 그 쳐묵쳐묵 여행의 첫 경양식, 동양정이다.

동양정은 타카시마야의 7층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데, 문이 열리자 마자 가게 앞에 늘어선 엄청난 대기열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점심시간인 것을 감안해도 서른 명이 넘는 줄 앞에서는 잠깐 갈등한 대포고냥군과 징징양. 그래도 ‘맛있는 음식’ 이 올해 여행의 테마인데 무조건 기다려야겠다. 그런데 의외로 대기열이 빨리 줄어드네? 동양정 입구에서 벽을 따라 서른개 가까운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갈 때마다 옆 의자로 옮기는 것이 고역이다. 게다가 우리 바로 옆엔 무릎이 좋지 않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참 안쓰러워 보였… 그렇게 30여 분을 옆으로 옆으로 옮겨, 드뎌 입장!

동양정의 특기인 토마토 젤리, 카레 레토르트, 토마토 샐러드 소스를 팔고 있음

동양정의 특기인 토마토 젤리, 카레 레토르트, 토마토 샐러드 소스를 팔고 있음

디저트가 포함된 B 세트로 정했다

디저트가 포함된 B 세트로 정했다

다들, 런치를 먹는 것 같으니 우리도 일단 런치를 봄. 런치는 토마토샐러드 + 메인요리 + 바게트 빵 혹은 라이스 로 구성된 세트 A (1,260엔) 와 A 세트에 커피, 밀크티 등 음료와 일곱가지의 디저트 중에 하나를 선택해 추가 할 수 있는 B 세트 (1,640엔) 이 있군. 징징은 A 세트를 먹겠다고 했다가 줏대없이 날 따라 B 세트로 주문. 메인요리는 가장 유명한 일본식 햄버거스테이크를 포함해서 몇가지가 있는데, 우선 햄버거스테이크를 먹어야겠지? 그리고 빵 하나, 라이스 하나. 디저트는 푸딩 하나와 몽블랑 하나. 음료는 밀크티와 스트레이트 홍차. 주문을 마치면 일회용이지만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물티슈를 주는데 별 것 아니지만 이런 배려가 뭔가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게 한달까. 여튼 좋다는 말이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이리저리 가게를 둘러보았다. 헉, 1897년 설립. 지금은 백화점의 고급 식당가에 있긴 하지만 무려 백 년이 넘은 가게다. 그 백화점이라는 다카시마야도 1831년에 설립, 칸사이지방을 중심으로 20여개 점포를 가진 정말 역사 깊은 백화점이라능. 뭔가 일본이라는 나라는 확실히 서양 문물을 빨리 받아들였던 것은 사실인것 같다. 우리가 평소에 우습게 생각하는 햄버거스테이크 – 그것도 함박스테이크 – 가 여기에선 한 가게에서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메인 메뉴라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100년동안 햄버거스테이크에 집중했는데 어찌 경지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나 싶은 생각…

커트러리가 담긴 바스켓이 나오고

커트러리가 담긴 바스켓이 나오고

그러고 보니 1897년에 개업해 10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러고 보니 1897년에 개업해 100년이 훨씬 지났다

먼저, 토마토 샐러드가 나왔다. 얼핏 보면 껍질을 깐 중간 사이즈 토마토에 약간은 붉어보이는 사우전아일랜드소스 같은 것을 끼얹은 비쥬얼인데, 나이프로 잘라 맛을 보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토마토는 정말 신선하고 살짝 얼려 서빙된다. 뭔가 달짝지근하고 새콤한 소스에 절여져 있는데 이 토마토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산미가 매우 적고 매우 달다. 위에 얹어진 샐러드 소스도 정말 절묘하게 어울리는데, 아래 깔린 캐비지 + 오이 + 참치 샐러드가 초 예술이다. 뭔가 참치 슈나페 같은 맛인데 토마토의 신선함과 그 참치 샐러드의 짭짤한 맛의 궁합이… 아, 그냥 가서 먹어보세요!

오므라이스 장인 홋쿄쿠세이 (北極星) 이나, 긴자의 츠바메그릴 같은 일본의 유명한 경양식 가게를 다녀 볼 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일본에서의 ‘경양식’ 이라는 것은 ‘성의없는’, ‘대충의’, ‘간단한’ 그런 음식이 절대 아니라는 거다. 이런 경양식 가게에서 서빙되는 식전빵, 라이스 조차도 그 퀄리티와 정성은 대단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돈까스 가게에서 나오는 푸슬푸슬 막 날아가는 그런 쌀을 사용한 라이스를 여기선 한 번도 본 적 없으며, 식전빵과 같이 나오는 버터가 발림성이 좋도록 살짝 데워 서빙되는 것과 같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요소요소에 ‘정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토마토샐러드, 이건 뭐... 예술이다.

토마토샐러드, 이건 뭐… 예술이다.

빵과 라이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정말 맛있다

빵과 라이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정말 맛있다

드디어 메인메뉴 햄버그스테이크

드디어 메인메뉴 햄버그스테이크

하아... 비쥬얼도 비쥬얼이지만, 내공 자체가 다르다

하아… 비쥬얼도 비쥬얼이지만, 내공 자체가 다르다

메인 요리였던 일본식 햄버거스테이크. 뭐 대포고냥군의 블로그에 한국의 모 백화점 식당가의 햄버거스테이크를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역시나 그건 모양새만 흉내낸 전혀 다른 음식이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찬 알루미늄 호일을 찢어 먹는 ‘컨셉’ 만 동일할 뿐, 절대 맛은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내가 느끼는 햄버거스테이크라는 음식은 뭔가 올드하면서 따뜻한 그런 기억 같은 것인데, 어렸을 적 칭찬 받을 일이 있거나 하는 날,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껏 기대하고 가는… 그런 음식이랄까. 동양정의 햄버그스테이크는 그런 따뜻한 맛이다. 한입 베어 물면 뭉클해지는…

호텔로 가는 길이라 더욱 큰 기대 없이 들렀던 난바 타카시마야 7층의 동양정. 아… 여기 정말… 최고다.

그럼, 다음 칸사이 여행 포스팅 까지 안녕-!

대포고냥군의 디저트, 푸딩과

대포고냥군의 디저트, 푸딩과

징징의 몽블랑

징징의 몽블랑

아... 여기 정말 최고다

아… 여기 정말 최고다

 

 

Trefod da tweeter

왜?

왜?

왜? 난 아무 짓도 안하고 있음-

왜? 난 아무 짓도 안하고 있음-

스피커에서 고음을 내는 유닛을 트위터 (Tweeter) 라고 하는데, 풀레인지 유닛 – 트위터 아래 일반적인 스피커 처럼 생긴 유닛 – 역시 중요하겠지만 트위터가 만들어 내는 중고역대가 스피커의 해상력이나 질감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 스피커 제조사들은 이 트위터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고, 또 마케팅도 트위터 제조 기술을 중심으로 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다인오디오 (Dynaudio) 의 ‘에소타’ 유닛이라든지, 엘락 (ELAC) 의 리본형 트위터인 ‘JET’ 같은 것들도 동사의 트위터를 가리키는 것이며, 베릴륨 트위터, 다이아몬드 트위터 등 트위터를 만드는 소재에 따라 구분 짓기도 한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다인오디오 익사이트 X16 에는 의 최고급 소프트돔 트위터인 ‘에소타’ 가 들어가 있는데, 문제는 이 ‘소프트돔’ 이 참으로 약하디 약하다는 것임. 저 위 사진에 봉봉이 아래 보이는 동그란 눈알 같은 유닛이 ‘에소타’ 인데, 뒤에 있는 유닛이 비칠만큼 얇은 막이 돔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이 돔의 소재가 얼마나 약하냐면, 먼지를 떨어낸답시고 세게 불면 찌그러질 정도.

봉봉님께서 항상 스피커 윗 자리를 애용해 주고 계신데, 트위터를 건드리지 않는것이 신기할 정도임. 그래도 항상 불안불안. 스피커에 올라간답시고 뒷 발로 턱- 하고 밟기라도 한다면… 하아… 이렇게 걱정하던 차에, 좋은 것을 발견했다. ‘Trefod da tweeter’. 다인오디오가 원래 덴마크의 오디오 회사라 단어가 좀 낯선데, 영어로는 ‘tripod of tweeter’ 인듯? ‘트위터 삼발이’ 정도 되겠다. 국내 다인오디오 수입원인 태인AV (02-971-8241) 로 연락하면 두 조에 3만원에 구입가능하다.

Trefod da tweeter

Trefod da tweeter

 

오오- 이제 걱정 없음-

오오- 이제 걱정 없음-

대포고냥군도 처음에 이 걸 받아 들고선, 어떻게 끼우는걸까 고민 수억 했다. 웹페이지에서 스피커에 끼워둔 이미지만 보고서, 아마도 삼발이 끝에 고무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끼워질 줄만 알았음. 그런데 받아보니 그냥 쇳 덩어리네? 절대절대 그냥은 고정되지 않는다. 이 것 때문에 이틀 동안을 끼우질 못하고, 심지어는 오디오 커뮤니티의 모 회원님께 메일로 문의까지 했다능. 결국 찾아낸 해답은 어이없게도 ‘삼발이를 바닥에 놓고, 손바닥으로 살짝 힘을 가해 누른다.’ 임. 그러면 삼발이가 살짝 바깥쪽으로 벌어져서 잘 장착이 된다. 또 누르라고 했다고, 절대 세게 누르지 마시길 바란다. 아주아주 약간만 벌어져도 충분하다. 그나저나 다인오디오 X16 을 구입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약간 에이징이 되었는지, 처음과는 달리 고음은 더 실키해지고, 저음은 더 탱글탱글 해진 느낌이 아주 즐겁다. 역시나 북쉘프 스피커들은 스피커를 인스톨하는 위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스탠드를 사야하나 또 고민 중이다. 오디오엔 손을 대지 말았어야 하나… 하아…

무인양품을 직구하자

무인... 구름이

무인… 구름이

원래 욕실에서 쓰던 무인양품의 방수시계가 있었다. 아날로그에 고리가 있어 샤워기 홀더 같은 곳에 걸어둘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징징양이 격하게 샤워를 하다 – 전투샤워 – 떨어뜨리는 바람에 투명 글래스가 깨진 것이다. 아… 무척 아끼던 시계였는데 말이다. 사실, 샤워실의 시계는 매우 중요하다. 뭐 배변 타임 측정용이나 인터벌 배변용 이런건 아니고, 바쁜 아침에 샤워를 하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고있다가 출근시간에 늦어버리는 일이 많았던 대포고냥군은 계속 시계를 체크하는 것이 필수인 것임. 배경은 대충 이렇고, 그러한 이유로 같은 욕실용 시계를 무인양품에서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처음보다 더 오른 4만원이 넘는 육박하는 가격을 보고 돌아오길 몇 번. 처음 욕실 시계를 살 땐 아무 생각없이 샀는데 같은걸 다시 사려니 그 돈 주고는 못 사겠더라능. 게다가 징징양 파우더 룸에도 탁상 시계가 필요하다질 않나, 침실에 걸 시계도 살까 말까 이러다 보니, 무인양품 시계 세 개 가격만 약 십 만원. 흐음…

그러다가, 이 시계를 일본 무인양품에선 얼마에 팔고 있는지 궁금해짐. 일본 무인양품엔 거는 욕실 시계가 안보이는데 단종인가 보다. 그럼 디지털형으로… 일단 일본 무인양품에선 1,900엔 (세금포함). 한국 무인양품에선 4만원. 작은 탁상시계가 일본에선 980엔 (세금포함). 한국에선 20,000원!!! 벽시계가 2,500엔, 같은 제품이 한국에선 58,000원!!! 아니 왜 980엔이 한국에선 2만원이 되는거임? 벽시계 가격인 2,500엔을 현 환율로 계산해도 28,500원인데 – 네이버 환율 계산기 (2013.04.15 기준) – 왜 이 걸 한국 무인양품에선 58,000원에 팔고 있는지 이해불가임.결국 일본 무인양품 넷스토어에서 배송대행 서비스를 통해 주문했고, 약 일 주일 걸려 받았다. 운 좋게도 무료배송 이벤트에 10% 할인까지 받아 시계 세 개와 PP박스 두 개를 한국에서 구매한 것 보다 4만원 가량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것도 배송비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다. 만약 일본에서 직접 구매 했다면 한국 가격의 절반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페 남에옥 사마- 난 외국인임

페 남에옥 사마- 난 외국인임

벽시계, 탁상시계, 욕실시계 그리고 징징양의 메이크박스

벽시계, 탁상시계, 욕실시계 그리고 징징양의 메이크박스

아니 이걸 왜 12,000원에 파냐고요-

아니 이걸 왜 12,000원에 파냐고요-

욕실시계와 컴팩트 탁상시계

욕실시계와 컴팩트 탁상시계

벽시계 아주아주 맘에 듭니다아-

벽시계 아주아주 맘에 듭니다아-

한국에서 무인양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무지코리아는 일본 내 무인양품의 법인인 ‘양품계획’ 과 롯데상사가 공동출자 해서 설립한 회사로 알고 있다. 일본 법인이 60% 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가격이 요 모양인 것인지 묻고 싶다. 이런 가격 정책은 일본에 판매 중인 제품을 – 물론 생산은 중국이겠지만 – 다시 한국으로 수입하는 물류비용이 반영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무지코리아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본 무인양품 사이트의 한국판 같아 보이는데다, 같은 가격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것만 같지만, 실상은 보따리상일 뿐이지 않은가. 게다가 일본처럼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OPI 에는 가구를 포함하여 꽤 많은 무인양품의 제품이 있는데, 최근에 금속제 선반 제품을 구입할까 해서 찾아봤더니, 한국에선 안 판다 함. 작년 카탈로그까지는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다. 수요가 적은 제품은 들여오지 않겠다는 철저한 ‘상사’ 마인드라고 본다. 대포고냥군, 무인양품 참 좋아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무인양품의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쓰고 싶은 희망이 있다. 최소한 일본 내 판매가격에 환율을 반영한 가격으로 좋은 제품을 한국에 많이 소개해 주었으면 한다.

팩토리 670

이런 곳에 나의 팩토리 670 이 있을리 없...

이런 곳에 나의 팩토리 670 이 있을리 없…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카페, 팩토리 670 으로 가 보자.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산길로 – 정확히는 깡촌 길 – 5분을 달렸지만 카페 같은 건 보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카페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잖아!!! 라고 외치려던 순간 웬 공장이 나타난다. 읭? 한국커피? 이름은 다르지만, 일단 커피는 커피니 한 번 가보기로 한다. 직전에 보이는 ‘수레실 가든’ 도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삽겹살 집’ 이니 참고 바라며, 나중에 꼭 한 번 다루도록 하겠다. 건물에 도달하기 전에 주차장이 보였는데 매우매우 가파른 경사로에서 ‘경기도 켄블락’ 징징양은 바퀴에 연기 한번 내 주시는 신공을 발휘. 그런데 뭔가 비포장 주차장인데다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여기가 원래 주차장이 아닌듯. 여긴 직원 주차장인가…?

직원 주차장인...듯?

직원 주차장인…듯?

여기가 정면-

여기가 정면-

그러하다. 공장 건물을 따라 힘겹게 돌아나오니, 이러한 신세계가! 한국커피는 얼굴만 청보라 색이었어! 건물 앞에는 조그맣지만 애들이 좋아할 만한 잔디밭도 있고 벤치도 있고 그렇다. 저기 건물 1층이 아마도 팩토리 670 인듯 싶다. 솔직히 뭐, 여기까지 왔을 때도 대포고냥군은 별 감흥 없었음. 입구로 가까이 다가가니 의외로 사람이 많다. 허헐- 이런 깡촌에 왠 사람들이 이리 많음? 나중에 징징양과 추리해 본 바로는, 팩토리 670 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좀 큰 교회가 있었는데, 이 날이 일요일이라 예배를 보고 들르는 코스가 아니었나 싶다. 입구 유리문에 영업시간이 보인다. 오전 10시 부터 저녁 9시까지. 그런데, 동절기 평일에는 오후 6시에 마감. 얼마 전, 회사 회식을 팩토리 670 옆에 있는 수레실 가든에서 할까 계획했던 적이 있었는데, 고기를 먹고 팩토리 670에서 커피를 마시는 완벽한 코스를 그려보았으나, 오후 6시에 마감이라는 이야길 듣고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여튼, 한국커피의 주 비즈니스 모델은 카페가 아니니깐용.

10:00 AM - 09:00 PM

10:00 AM – 09:00 PM

높은 천장 매우 훈늉휸늉함미다-

높은 천장 매우 훈늉휸늉함미다-

기둥도 막 H-beam 으로 만들어 놓고요- 좋슴

기둥도 막 H-beam 으로 만들어 놓고요- 좋슴

안쪽 공간도 아주 넓다

안쪽 공간도 아주 넓다

공장공장한 조명들

공장공장한 조명들

팩토리 670의 내부는 아주 넓다. 사실, 처음부터 카페 공간이 이리 넓었던 것은 아니라고. 현재의 이 모습도 최근 리뉴얼 해서 다시 오픈한 결과란다. 이름 처럼 공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아주 맘에 든다. 조립식 벽체와 낮은 채도의 페인트, 콘크리트에 투명 에폭시를 광택처리한 바닥 좋아좋아. 입구와 반대쪽의 천장 까지 이어진 높다란 채광창도 멋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날씨가 꽤 쌀쌀해서 난방을 하고 있었는데, 구석에 놓여있던 대형 난방기에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급 관심. (아래 로스팅기가 보이는 사진 참조) Yanmar 라는 브랜드의 난방기였는데, 뭔가 D&D 스러운 저런 디자인 좋다. 나중에 검색해 봤더니, 선박용 엔진, 초 대형 난방기등을 만드는 일본 회사. 역시 우리는 기계 덕인것이다. 공대 기계과를 갔어야 하나…

카운터 옆에는 꾸밈없는 담백한 빵들을 팔고 있다

카운터 옆에는 꾸밈없는 담백한 빵들을 팔고 있다

그 맞은편에는 각종 커피기구들과 로스팅한 whole bean 을 준비

그 맞은편에는 각종 커피기구들과 로스팅한 whole bean 을 준비

먹고 싶은 빵을 집어들고 이렇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

먹고 싶은 빵을 집어들고 이렇게 줄을 서서 커피를 주문

대포고냥군은 라떼를, 옆의 크림브륄레도-

대포고냥군은 라떼를, 옆의 크림브륄레도-

치즈빵 강추

치즈빵 강추

여기서 팔고 있는 거칠거칠 달지 않은 빵들도 참 맛있다. 처음엔 크림브륄레를, 두 번째 커피 리필을 받으면서 한 주문엔 치즈빵을 사 보았는데,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 배가 고픈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 참, 여긴 모든 커피메뉴에 일반 아메리카노 리필 한 번이 무료다. 내가 주문했던 6,700원 짜리 라떼가 처음엔 좀 비싸다 싶었는데, 리필을 받아 마시고 나니 그런 것도 아니다 싶다. 원래 주문시에 받았던 영수증은 버리지 말고 챙겨두자. 들고 카운터로 가면, 표시를 하고서 커피를 내 준다. 처음엔, 빈 자리가 없어서 커피를 준비하는 주방 옆의 높은 스툴에 앉아 있었는데 용모가 단정한 바리스타 총각이 무심한듯 쉬크하게 커피 어떠냐고 물어본다. 객관적인 커피맛도 아주 좋았지만, 나름 본인이 내린 커피의 맛에 대해서 반응을 묻는것도 카페에 들른 손님 입장으로썬 기분 좋은 일이다. 카운터에서 주문 받을 때도 그렇다. 마침 예가체프가 떨어졌다며, 내가 원하는 맛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커피를 추천해 준다. 좋은 서비스다…

라떼는 아주 훌륭하다. 우유와 에소의 비율도 아주 적절하고 타격감도 좋다. 게다가 라떼를 내줄 때, 흔하다면 흔한 리프를 라떼아트로 만들어주는데, 솔직히 신쥬쿠의 스트리머커피 이 후, 한국에서 본 것들 중엔 최고로 꼽고 싶다. 물론, 스트리머커피와의 비교는 어렵지만 말이다. 띠의 갯수도 많을 뿐더러 크레마와의 구분도 좋다능.

징징양은 이날 일을 산처럼 싸 들고 왔다

징징양은 이날 일을 산처럼 싸 들고 왔다

잠깐 열린 로스팅 실의 거대 로스팅머신

잠깐 열린 로스팅 실의 거대 로스팅머신

이 날은 늦게까지 있었는데, 해가 지니 더 분위기 좋음

이 날은 늦게까지 있었는데, 해가 지니 더 분위기 좋음

처음 들어왔을 땐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점심시간을 지나고 나니, 금세 한적해져 버렸다. 역시 교회에서 온 사람들 이었던 것 같음. 뭔가 넓고 천정이 높고 한적한 그런 공간에서의 휴식은 아른아른 하달까 그런 느낌이 있다. 게다가 사람의 인적도 없는 이 깡촌에 이런 멋진 카페라니… 팩토리 670에 있는 내내 세상과 단절된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했다. OPI 의 자랑, 팩토리 670. 우리 집에 방문하시면 차로 데려다 드리고, 커피도 사 드려요. (이런 서비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 아쉬운 소식 하나
주문시에 포인트적립을 위해 전화번호를 남기는데, 그 번호로 이런저런 안내를 문자로 보내주곤 했습니다.
얼마 전, 징징양에게 문자가 왔는데, 뭔가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잠정 휴업을 한다고 하네요.
리뉴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예 문을 닫는 것 같진 않으니 우리 모두 기다려 보도록 해요.

다시 오겠다 팩토리 670!

다시 오겠다 팩토리 670!

패티패티 (Patty Patty)

패티패티의 주방

패티패티의 주방

최근 매 주말 마다 격하게 아껴주고 있는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사실, 센터원 빌딩은 이 전에 ‘을지한빛거리’ 포스팅에 등장했던 ‘마마스카페’가 있는 그 빌딩이라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지만, 주말에 이 빌딩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면, 4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론, 심하게 자주 가고 있다. 오늘은, 그 센터원 빌딩 지하의 ‘패티패티’. 어느 잡지에서 ‘반근 버거’ 라는 – 고기 300g 패티가 들어간 – 것을 보고서 꼭 먹어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패티패티의 버거였다능. 패티패티는 최근 핫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인 ‘붓처스 컷’ 과 같은 SG다인힐 – 삼원가든 패밀리가 경영하는 – 의 라인업 중 하나이다.

대포고냥군이 지금껏 살면서 먹어본 버거 중에 으뜸은, 그러니까 5년전, 2007년 애드텍 참석차 갔었던 시카고의 네이비피어 (Navy Pier) 의 치즈 버거였다. 석쇠 그릴에서 직화로 구워낸 두꺼운 고기 패티에 치즈만 녹여 얹어낸 그 치즈 버거는 실로 감동이었다. 대포고냥군은 그 이후로 쭈욱, 고기와 치즈 외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참으로 육식육식한 버거만 보면 그 때, 5년 전의 그 치즈버거와 맛을 비교하게 된다. 패티패티에는 BRB 라는 스테이크 패티 + 치즈 버거가 있다.

사진이 좀 밝게 나온듯, 실내는 의외로 어둡다

사진이 좀 밝게 나온듯, 실내는 의외로 어둡다

BRB를 Fatty Patty - 300g 패티 - 로 먹어보자!

BRB를 Fatty Patty – 300g 패티 – 로 먹어보자!

주말에는 패티패티에서 버거를 주문하면, 약간의 프라이드 포테이토랑, 소프트 드링크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 중이니 참고. 육식육식한 치즈버거를 찾는 대포고양군은 BRB 버거를 300g 버젼으로, 도돌미와입후는 졸라머쉬룸버거 – 고르곤졸라 치즈 + 버섯 – 를 주문했다. 주말엔 이렇게 둘이서 반근버거를 포함해 주문해도, 1만 8,500원. 꽤 괜찮은 가격이다. 그것도 주차 4시간 포함해서 말이다.

크- 비쥬얼 좀 보소

크- 비쥬얼 좀 보소

주문한 버거가 나왔다. 앜- 느므 좋다. 무료 (!) 프라이드 포테이토에 뭍어있는 씨즈닝도 꽤 맛있다.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핏 물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시라면 꼭 미디엄으로 패티를 익히길 바란다. 패티패티에 방문했던 두 번 중에 한 번은 미디엄으로, 다른 한 번은 미디엄 웰던으로 주문했었는데, 미디엄 쪽이 확연히 부드럽고 좋았던 기억이다.

아앜-

아앜-

아- 독자들을 위해 좀 더 가까이서 찍어본 BRB Fatty Patty 버거. 햄버거 빵 자체는 일반 스탠다드 버거와 크기가 똑같아서, 별로 부담이 없으나 아름다운 고기 패티의 크기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비슷한 컨셉의 패스트푸드 햄버거 중엔 맥도날드의 ‘더블쿼터 파운드’ 가 있으나, 육즙 하나 없이 바싹 말라 있어 목이 턱턱 메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다. BRB 버거의 패티는 꽤 맘에 든다. 매우 부드럽고 촉촉한데다가 고기자체의 풍미도 꽤 좋다. 대포고냥군이 보통사람보다는 훨씬 느끼한 음식을 좋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시장이라는 특성상, 그 느끼함을 많이 억제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 좀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솔직히 고기냄새가 더 났으면 좋겠고, 버거 안에 들어있는 여러장의 피클은 난 필요없다능… 여튼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이다.

도돌미와입후는 졸라머쉬룸 버거-

도돌미와입후는 졸라머쉬룸 버거-

도돌미 와입후는 ‘졸라 머쉬룸버거’를 주문했다. 졸라 시리즈는 고르곤졸라 치즈가 들어간 버거들인데, 대포고냥군은 토마토 슬라이스가 들어간 버거를 싫어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주문하지 않을 버거다. 왠지 이전 포스팅에서 이태원의 자코비버거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났다. 그래도 고기와 야채의 균형잡힌 맛의 버거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BRB 같은 ‘오로지 고기’ 류 버거보다는 이 쪽을 권한다. 그래도 BRB 버거 부터 드셔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