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포스팅한 것이 1월 말이고, 이미 7월 말이니, 거의 반 년간 글을 쓰지 못했다. 대포고냥군 성격 상, 고민이라든가 깊이 신경 쓸 일이 생기면, 뭔가 글 자체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이번에야 말로 절실히 깨달았다. 그 깊이 신경 쓸 일이라는 것의 발단은 ‘이직’ 이었다. 작년 말, 맡고 있던 솔루션의 리뉴얼을 끝내고 나서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3월 7일,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다.

그런데, 첫 출근해서 한 달 여가 지나 회식자리에서 일이 벌어졌다. 이 전부터, 나는 맥주가 체질상 맞지 않는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면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이 떨어지는데, 그 날 따라 처음부터 맥주로 달렸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난 직 후, 순식간에 혈압이 떨어졌고 ‘이건 위험하잖아…’ 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눈 앞이 하얘지면서 쓰러졌다. 아마도 허리를 세운체로 무릅을 꿇으면서 무너졌고 소변기에 온 체중을 실어(!) 무릎을 찧은다음 뒤로 넘어가 뒷통수를 바닥에 부딪힌듯 하다. 참으로 무서운 것은 쓰러지고서 얼마지 않아 벌떡 일어난 것 같은데, 내 자신이 쓰러졌었다는 것 조차도 인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리로 멀쩡하게 돌아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 심지어 웃으며 – 했었다고 한다. 머리통이 깨져서 흐르는 피가 목 옆을 흐르는 것을 실장님께서 발견하기 전까진. 회식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패닉 상태. 급히 근처 병원으로 가, 세 시간 동안 CT 찍고, 찢어진 머리통을 꿰매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실장님께서 무릎 근처에 피가 비치는걸 보시고는 바지를 걷어보라고 하신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살짝 까진 줄만 알았던 무릎 아래가 찢어지다 못해 쩍 벌어져서 다리 뼈가 보인다. 인대들도 보이고 말이지… 그 날 내 무릎을 처음 보셨던 우리 실장님은, 요즘도 그 때를 회상하시며 몸서리를 치신다. ‘사람 뼈가 하얀 것이 아니더라고…’ 하시며…

겉에 보이는건 약과, 속 까지 한땀한땀 50 바늘 넘었던 대 수술

겉에 보이는건 약과, 속 까지 한땀한땀 50 바늘 넘었던 대 수술

결국, 직장을 옮긴 후 한 달을 못 채우고 일주일간 집에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만 했다. 쓰러졌을 때, 뇌진탕이 꽤 심했는지 병원에서 CT 촬영을 하고 머리통을 꿰맸던 세 시간이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회사에 복귀 하고서 몇 주 동안 겪은 심각한 기억력 감퇴 – 회사 주차장 몇 층에 차를 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등 – 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술 마시고 필름이 끊어지면 이런 느낌인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대포고냥군은 이 사건으로 인해 ‘술 먹이면 바로 쓰러지는 키 187cm의 연약한 팀장’ 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화려한 데뷰를 하게된다.

저 흉측한 사진을 바치는 것으로 6개월 간 노 포스팅에 대한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직 하고서 막 적응을 시작해야할 시기에 이런 일로 민폐대마왕이 되어 버린것 같아 사실 꽤 힘들었다. 복귀 하고서는, 그 동안 못했던 밥 값을 해야한다는 중압감으로 속 편하게 (?) 블로그 질이나 하고 있기가 어려웠다면 이해해 주실려나.

심심한데 최근 6개월 동안 생긴 일들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늘어놔 보자.
(실은 밀린 숙제를 포스팅 하나로 해결해 보려는 얄팍한 수작?)

1. 분당에 있는 직장으로 옮겼다.
2. 열 시까지 출근한다.
3. 팀원이 아홉 명이 되었다.
4. 이제 차로 출퇴근 한다. 징징양도 회사까지 데려다 준다.
5. 아이폰 오징어가 갤럭시S2 로 바뀌었다.
6. 징징양과 펜션에 다녀왔다.
7. 구름이와 봉봉이는 시원하게 털을 밀렸다.
8. 집안 시스템을 PC 기반으로 모조리 바꾸었다. 심지어 홈 서버 조차도…
9. 최근 아로마 (향, 에센셜 오일 등) 에 빠져있다.
10. 징징양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벤치 (운동기구) 도 구입했다.
11. 최근 바둥, 구름, 우키, 봉봉의 애교치가 5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12. 구름이는 몸무게가 조금 늘었다.
13. 차를 바꾸고 싶어졌다. 그런데 집도 사야…
14. 엑박과 키넥트를 샀다. 댄스센트럴은 진리다.
15. 내 아이패드는 회의용 디바이스로 전락했다. 징징양 것은 만화 머신.
16. 문제의 정선양이 결혼했다.
17. 탄산수를 저렴한 ‘Trevi’ 로 교체.
18. SKT의 티맵은 진리다.
19. 물 난리로 작은 방에 곰팡이가 슬었다.
20. 퇴근 후에 밥 달라고 따라오는 길냥이가 다섯으로 늘었다. 요즘은 차에 사료를 싣고 다닌다.
21. 무인양품 거실장의 문짝과 서랍을 일본에 주문했다.
22. 요즘 빨래 정말 안 마른다. 가스식 건조기가 사고싶다.
23. 차로 출퇴근 하니 이어폰을 전혀 안쓰게 된다.
24. 분당엔 참 먹을 만 한 곳이 많다.
25. 젠틀하신 실장님과 착하고 의욕적인 팀원들.
26. 회사 워크샵과 회식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27. 하루의 반은 회의.
28. 주변에 고양이 유기로 말이 많다. ㅈㅈ ㅅㅂㄹㅁ.
29. 회사 자판기의 캔은 200원, 종이컵 커피는 공짜다. 오옷!
30. 노르웨이 테러는 충격적이다.
31. 물난리 나던 날 통근 버스에서 여섯 시간 동안 갖혀 있었다.
32. 유프는 제닥으로 들어갔다.
33. 문슈가씨가 성공적으로 이직했다.
34. 문슈가씨가 뉴욕에서 용재오닐을 만나 사인을 받았다.
35. 대포고냥군은 봉봉이를 좀 편애 중이다.
36. 제닥에서 C형 간염 접종을 받았다.
37. 보일러 청소한답시고 열흘이 넘게 온수가 중단 중이다.
38. 소맥 매니아가 되었다.
39. 오송 쿠마, 지요네를 다녀왔다. 에어콘 제발 좀…
40. 고양이 화장실을 집 안으로 들였다.
41. 블로그 스킨 만드느라 고생고생.

6개월간”에 대한 10개의 생각

    1. 대포고양이

      뼈가 훤히 보일 정도로 벌어졌는데도
      인대나 근육이 상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어-
      아마 걷지 못했다면, 최 단기 퇴사 기록을 세웠을지도…

      비오는 날이면, 쑤셔 쑤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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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쿠마

    크하하하! 너무 오랜만입니다. 형의 무릎에서 카레빵맨을 보았어요! 그나저나 이 포스팅은 마치 개학전 밀린 일기 쓰는 바로 그것! 울 집 에어컨은 2012년 캐리비안스탈로 나오면 구입할껍니다. 그날 힘드셨죵. 나도 죽을뻔 했는데 ㅋㅋ (사실 살 타이밍을 놓쳤..이렇게 더울 줄 몰랐..) 암튼 다시 돌아온 형을 난 쭉 와칭유! 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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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포고양이

      오송이 덥기로 전국 2위 인줄은 그 날 처음 알았네-
      부러운 오송하우스의 격에 맞출려면 역시나 에어콘을 들여야-
      그나저나 마루마루 궁딩이 너무 좋음-
      궁디팡팡에 야앗-! 소리지르는 것도 너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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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ha

    징징님 블로그도 놀러가는지라 다치신 줄은 알았었지만, 이렇게 심했을 줄이야..
    징징님 정말 놀라셨겠어요.
    인대 등이 상하지 않았다니 이만해서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어쨌든..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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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포고양이

      그 날, 병원에서 처치하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해서 ‘좀 다쳤어-‘ 그러고서
      다리엔 깁스에, 병원 파자마를 입고 도착했더니…
      좀 뜨아-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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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unsuk

    푸하하하- 빵터졌어요! 33,34번!!
    지금은 바깥이라, 티는 못내고- 빙그레!모드여요!! 미친 동양애처럼 보이지 않으려고>_< ㅋㅋㅋ 지금 3분짜리 풀스토리를 말로 풀어내고싶어서 근질근질해요! 얼른 돌아가서 빵터뜨려야겠어요-! 이렇게 블로그에까지 써졌으니, 저의 이직은 꼭.성공적이어야 할듯헙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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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umyum

    저희도 그 때 엄청 놀래서 서로 패닉메일 보내고 장난아니었는데 ㅠ.ㅡ
    사진이 모든걸 말해주는군영. 더이상 아프지 마세요~~!
    아래 여바루와 저의 글은 참고만 해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jyowon0319: http://www.nameok.net/
    jyowon0319: 33.34번
    YuMi: 헉 나모키님 드됴 글 올리셨군하
    YuMi: ㅇㅇ
    문슈가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yowon0319: ㅋㅋㅋㅋ
    YuMi: 편애모드
    jyowon0319: 가만보면, 다 본인 이야기인데
    33,34는
    본인이랑 상관없는 이야기
    고로
    문슈가는 특별대우 받은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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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포고양이

      ‘려원씨는 남성친구가 생겼습메다’ 라고 쓰려다,
      자제 하였으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치 마시라요-
      윰미씨는 셤 합격 후- 인생이 아름다우시겠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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