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일놈의 아이폰

밥은 먹고 다니냐?

요즘, IT쪽에선 아이폰으로 많이 시끄러운걸 아실게다. 아이폰이 뭐길래 이리 다들 호들갑인걸까. 그리고 한국에 아이폰의 도입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이폰은 올해 3GS 모델이 출시되면서 3세대에 접어들었다. 1세대 아이폰은 GSM 규격으로 출시되어 CDMA 방식의 맘을 가진 한국에는 아예 도입자체가 불가능했었으나 2세대 아이폰은 UMTS / HSDPA 망 (3G망) 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 것은 통신사가 마음만 먹고 도입하면 한국유저들도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실지로 거의 대부분의 통신사가 망연동을 포함한 도입 준비를 완료 했다는 소문도 돌았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했을 뿐, 1년동안 국내의 얼리어댑터 마음만 흔들어 놓은채 3세대 아이폰의 발표 시기가 오게 된다. 올해 6월에 애플은 아이폰 3세대인 3GS 를 발표하였다. 더 빠른 프로세서, AF 지원되는 카메라, A-GPS 와 전자나침반, 32G 의 메모리로 무장된 3세대 아이폰이 공개되자 국내에선 ‘이제 정말 아이폰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감으로 술렁댔다. 소위 ‘아이폰 떡밥’ 으로 불리는 수많은 거짓 소문들이 들 끓었다. 그러나 애플이나, 도입이 가장 확실시 된 KT의 공식채널로부터 어나운스 된 내용은 거의 전무 했고, 아이폰은 ‘담달폰’ 이라고 불리기에 이른다. 9월은 아이폰의 위치정보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의 법적인 문제에 대해 공방이 있었고, 끝내 방통위는 이 문제를 상임위원회 의제로 까지 올린 끝에 출시를 승인하게 된다. 일단, 출시에 필요한 법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된 상태.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의 메이저 폰 제조사 혹은 경쟁 통신사가 아이폰 출시를 막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하였으며 아이폰을 기다리는 네티즌들은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아이폰이 통신사와 제조사 등의 이해관계로 도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보다 못하다’ 라는 등의 여론이 형성되기까지 했다.

아이폰은 왜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일까?

1. 아이폰은 ‘돈 되는 것은 다 한다’ 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수익구조를 흔들만 했다.

최근에 각 통신사로부터 스마트폰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WIFI (와이파이라 읽는다 – 와이어리스 랜) 가 스마트 폰에 기본으로 포함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블루투스 조차도 빠져서 출시되는 경우도 허다 했으며, GPS, 3.5mm 표준 이어폰 단자 등이 삭제 출시되어 외국에 출시되는 폰이 한국에 들어오면 ‘스펙다운’ 되는 것이 당연시 되었을 정도이다. 그러면, 앞에서 예로든 와이파이 등은 도대체 왜 삭제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의 공통점은 통신사가 제공하고 있는 유료서비스 부문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무선랜이 있는 공간에서는 통신사의 데이터 패킷을 사용하지 않고 무료로 인터넷을 즐길수 있기 때문에 삭제, 블루투스를 통한 인터넷 공유도 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삭제, GPS 는 통신사의 네비게이션 서비스 모델을 흔들 수 있으므로 삭제, 이런식이다. 3.5mm 표준 이어폰 단자는 심지어 한국에서만 쓰는 20핀 충전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하기 위한 젠더를 팔아 먹기 위해 삭제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 아이폰은 이 모든것을 다 열어두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3.5mm 이어폰 단자. 이것이 국내 이동통신사가 아이폰의 도입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다.

2. 한국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이동통신사에 있었다.

앞에서 예로든것 처럼 이통사의 서비스와의 충돌이 있을때마다 국내 폰 제조사들은 스펙을 낮추어 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국내의 휴대폰 유통은 통신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삼X, 엘X, 큐XX 등 폰 제조사들이 고집을 부리면서 스펙을 고수하면 이통사들은 그 폰을 유통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런 이유로 폰제조사들은 이통사의 스펙요구에 맞춰줄수 밖에 없었던 것. 아마 아이폰 관련해서도 국내 이통사는 와이파이 삭제 등을 애플에 요구했을것이다. 당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국내 통신시장은 세계 전체 시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일뿐 아니라 애플 나름의 철학에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한국에만 맞게 커스터마이징 해 줄리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플의 데이터 통신으로 얻어지는 수익의 배분 요구 등등 하여 국내 이통사는 여러모로 난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차이나텔레콤과 애플의 아이폰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서 보안상의 이유로 와이파이를 삭제하고 출시하기로 한 내용이다. 역시 규모의 경제 앞에선 애플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여러모로 한국 이통사는 굴욕을 맛보아야만 했다. 한국시장은 애플에겐 ‘존만이’ 시장일뿐.

3. 아이튠즈, 앱스토어 등 수많은 이해관계들.

아이폰은 아이팟과 동일한 아이튠즈라는 클라이언트를 통하여 싱크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며, 음악 / 동영상 파일을 전송한다. 아마 한국에 지금 출시되는 핸드폰 중에 MP3 가 플레이 되지 않는 폰은 거의 없을것이다. 그런데 왜 폰과는 별도로 MP3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걸까. 일단 국내 폰으로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 이유는 각 이통사들이 음악이나 동영상 전송을 이통사에서 만든 전용 클라이언트를 통해서 전송하는 것만 허용하기 떄문이다. 이통사가 운영하는 음원 판매처를 통하지 않고 구매된 음악파일을 폰으로 전송할라치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게다가 아이튠즈는 아이튠즈 스토어라는 자체 음원 판매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것은 멜론, 도시락이니 하는 국내 이통사 서비스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아이팟 이나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개발자와 사용자들을 다이렉트로 연결해주는 앱스토어 역시 마찬가지.

4. 수많은 한국 이동통신계의 비표준 들.

한국에서 출시되는 폰들을 보면, 폰 자체에 특정 이통사에서만 사용가능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뭐 다 알겠지만 심지어 상하좌우 키 중간을 차지하고 있던 버튼 역시 특정 이통사의 서비스 바로가기 버튼이다. 심지어 SMS 를 보고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통사에서 만들어서 폰 제조사에서 탑재한다. 작년 부터 실시된 폰이동성은 SKT 에서 사용하던 기계를 KT망에도 등록할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특정통신사를 통해 유통된 폰이 다른 통신사 망에 등록은 가능할 지언정 제한되는 서비스는 무척이나 많다. MMS 도 보낼수 없으며, 데이터 통신도 불가능한 것 처럼. 이 모든 것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만들어낸 비표준 때문이다. SMS 뿐만 아니라, MMS 도 국제 표준 규격이 존재한다. 이런 작은 서비스에 조차 수익을 얻어내기위해 폐쇄적인 비표준을 만들어 냄으로써 한편으로는 해외 폰들의 국내 유입을 막는 장벽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아이폰은 국제표준 메시징 규격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이폰은 지금껏 도입이 미뤄져만 왔으며, 이런 과정은 결국 아이폰을 기존 이통사의 밥그릇 지키기를 깰 만할 혁명가 폰 정도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실, 아이폰은 외국에선 출시된지 꽤 오래된 기기이다. 이런 진부한 기계가 왜 한국에선 이렇게 큰 반향을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달은 한 기업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와이파이라는 것이 폰에 채용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데이터 통신을 이통사를 통해서만 공급 하던 구조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그 데이터 통신으로 벌어들이는 몇 푼의 수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스펙을 다운시키고, 막고 해선 되겠는가.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사용자의 불편으로 돌아가고 이통사는 살찔 뿐이다. 지금의 아이폰 논쟁은 과거의 이통사의 망 개방 이슈와 거의 동일하다. 네이트 및 매직엔 버튼을 키패드 가운데 떡 하니 박아놓고선 자사 페이지 이외에는 쓰지 못하게 했던.

정통부 역시, 과거 기술장벽이었던 위피 (WIPI) 의 사례와 같은 한국의 비표준 규격을 하나하나 걷어내야한다. 국내 통신 사업자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열리는 더 많은 수익창출의 기회가 중요한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국내 개발자를 포함한 수백만의 해외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업로드 하고 판매 수익을 개발자에게 배분 하고 있다. 아이폰 신봉자인 이찬진씨 역시 그런 개발자 중의 하나가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앱 스토어에 새로운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아이폰을 기다리다 못한 몇몇의 파워유저들은 홍콩이나 호주의 팩토리언락 – 3G 폰에 들어가는 USIM 의 락을 아예 공장 생산단계에서부터 풀어둔 – 폰을 따로 구입하여 개인인증을 받아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대포고냥군은 그렇게까지는 하고싶지 않지만, 아이폰이 정식 출시된다면 꼭 구입해 사용해 볼 생각이다. 여튼 아이폰을 계기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는 조용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통사들에겐 ‘죽일놈의 아이폰’ 일진 몰라도 사용자들에겐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죽일놈의 아이폰”에 대한 11개의 생각

    1. 대포고양이

      애플 제품들은 하날 구입하면 계속 줄줄이 지르게 되서요-_-;;;
      아이팟도 여럿 갖고 계신 분도 많고-
      맥북도 여러대 갖고 계신 분도 많고 말여용-
      필요도 없는데 계속 지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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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yul

      안그래도 녹음실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애플의 변천사를 직접체험하면서
      그것은 곧 법이며 진리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때문에
      아이폰이 나오면 아마 머릿속에서 질러질러질러질러 할것같은데…
      저는 핸드폰을 그닥 사용하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문제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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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yul

      ㅎㅎ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ㅎㅎ
      정규앨범은 지금 매우 빡시게 준비하고 있는중인데 역시 혼자 다 하는것이 꽤 쉽지 않네요.^^
      그나저나 저는 아직 사치뮤지션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로직은 아니고 남들 다 쓰는 누엔도와 프로툴을 쓰고 있어요.^^
      제가 워낙에 프로툴을 사랑하는 관계로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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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gyul

      거의 모든 녹음실은 프로툴을 쓰고 있거든요. 그게 아니면 녹음실이라기보단…작업실쯤? ㅎㅎ
      아무래도 복쓩님이 엔지니어시다보니 저희집에서도 프로툴이………
      그나저나 히든트랙은…저도 뭐 피가모지라…이런거 해야할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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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y군

    아이폰은 제가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채널로 들은 일정보다도 자꾸 연기되는거 보면 진짜 출시전까지 난항은 난항인거 같아요. 사실 애플 같은 기업이 달랑 2년에 하나씩 나오는 하드웨어 하나로 자유의 투사같은 입장이 되어버린 국내통신사 사정이 정말 실소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지 몰라도 전 우리나라에서 장사하면서 이런저런 커스터마이즈 하나 없이 팔아먹으려는 애플사도 어이가 없는거 같아요. 일본의 경우처럼 막상 들어오게 되면 장단점이 좀 더 명확해지겠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인프라 개선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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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포고양이

      애플이 상인정신이 투철하다면 커스터마이즈를 해서라도 파는 것이 맞겠습니다만,
      저런 자신감은 아이폰의 마켓쉐어가 만들어 준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역시 이번 아이폰 이슈에서 이통사가 비난받는 부분은, 과도하게 많은 부분을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묶어두고 있다는 점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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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an

    잘 읽고 갑니다. (__) 아이폰이 출시된 시점에서 다시 보니 새롭군요. 이제 시장을 지켜보는 일도 꽤나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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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포고양이

      스탠님 안녕하세요-
      혹시 클량의 스탠님이신가요?
      전 애플을 무작정 좋아하는 것만은 아닙니다만,
      애플의 제품으로 인해 한국시장이 자극을 받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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