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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겠습니다-

구세대 ‘애플 와이어리스 키보드’

2009 하반기에 출시된 신형 아이맥은 기본으로 알루미늄 무선 키보드를 제공하는데 노트북과 같은 방식인 펜터그래프 키보드라 키 눌림이 매우 얕고 기능키들과 숫자패드가 제외되어 있다. 선이라곤 달랑 파워케이블 하나가 전부인 아이맥의 미니멀리즘에 맞추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키보드 만은 풀 사이즈 키보드가 진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대포고냥군이 가끔씩 즐기는 FPS 게임에서 컨트롤 키가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신형 알루미늄 키보드의 컨트롤키는 참 대책이 없다. 여기서부터 고민은 시작되었다.이 전에도 키보드에 관한 아티클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사실 최근의 하드웨어의 발전은 실로 괄목 할 만한 것이어서 저가형 피씨 = 느려터진 성능 의 공식은 깨진지 이미 오래다. 웹서핑이나 일반적인 오피스 업무 정도는 어떤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선택하더라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피씨란 사람이 조작해야 움직이는 것이고 이런 과정에는 키보드와 마우스와 같은 ‘입력’ 을 담당하는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과 직접 닿는’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가치있다 라는 것이 대포고냥군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다. 그런데, 문제는 맥에선 쓸만한 키보드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피씨 키보드를 쓰자니, 키 배열도 살짝 다른데다 맥에서만 쓰이는 기능키들도 빠져있다. 현재 시점에 애플에서 팔고 있는 키보드는 전부 세 종류이다. 선이 달린 키보드와 풀사이즈 키보드, 그리고 아이맥에 딸려오는 무선 키보드다. 풀사이즈 키보드를 사자니 선이 달려 있다는 것이 걸린다. 풀사이즈 키보드 이면서 무선 키보드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키보드를 발견했다. 구세대 ‘애플 와이어리스 키보드’ 다.

하단의 플래스틱 도어를 열면 배터리실이 보인다

과거 G5 시절에 쓰이던 블루투스 키보드. 풀사이즈 키보드에다 무선이면서 게다가 이쁘기까지 하다. 온통 하얀색 키보드를 아랫쪽 부분만 아크릴로 마감한 것이 아이맥 G5 – 일명 두부맥 – 과 동일한 컨셉이다. 전력 소모가 많은지 AA 사이즈 배터리가 아랫쪽에 네 개가 들어간다. 키감은 절대 좋은 편이 아니다. 키 캡 아래에 고무로 된 돔이 있어서 키를 누르면 돔이 꺼지면서 아래 비닐 필름에 인쇄되어 있는 접점과 닿게 되는 멤브레인식 키보드인데, 키감이 명확하지 못하고 매우 끈적거리는 느낌이다. 이 키보드를 받기 전에 역대 애플에서 출시한 맥 키보드 중 최악의 키감이라고 하는 소릴 들었는데, 실제로 만져보니 장시간 사용하면 스트레스 좀 받을만 하겠다 싶다. 키캡은 옆면은 매끈하고 손가락이 닿는 상단은 보들보들가공 (?) 이 되어있다. 햐얀 키캡에 영문자가 회색 이탤릭체로 각인 된 것이 참으로 샤방 그 자체다. 기본 배열은 지금의 알루미늄 키보드와 완전히 동일하지만, 펑션키가 열 다섯개이고 – 지금은 열 아홉개 – 숫자패드 위의 키는 볼륨 조정키와 CD 추출키로 할당되어 있다. 이 부분은 설정에서 대쉬보드나 익스포제 기능을 다른 펑션키에 할당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알루미늄 아이맥과도 잘 어울린다

사실 위에다 이런저런 내용을 주절주절 적었지만, 이 아티클의 핵심 내용은 이제부터다. 대포고냥군이 오래전에 단종되어 버린 이 키보드를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가뭄에 콩나듯 하나씩 중고장터에 올라오는 물건들도 나오자마자 발빠른 님들이 다 채어가 버렸고 말이다. 게다가 열흘 쯤 전, 클량 장터에 올라왔던 매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와 감정 상하는 일이 생겨버리는 바람에 망연자실 중이던 대포고냥군. 그런 일이 있은 후, 클량 맥당에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감정상했었다- 라는 하소연 풍의 글을 올렸었고 그 글 아래에 한 리플이 달렸다. 키보드를 가지고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글이어서 냉큼 연락. 당연히 거래일 것이라 생각하고 제품의 상태도 함께 문의했다. 그런데, 이 분이 키보드를 그냥 주시겠단다. 대신 나중에 맥당에 선행을 베풀어 달라고 당부하신다. 상태는 ‘산뜻’ 하다고 하셨다. 커피라도 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호의만 받으시겠다고… 아아- 완전 감동 받았다. 강남역에서 받기로 약속을 잡고, 현대백화점 지하에서 작지만 답례로 스위트 블루바드 마카롱 세트를 사서 들고, 뉴욕제과앞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백팩을 매신 참으로 선하게 생기신 남자분이 스르륵 오시더니 뽁뽁이비닐에 둘둘 만 키보드를 안겨주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마카롱도 받지 않으시겠다는걸 억지로 쥐어드렸다. 그런데 ‘산뜻’ 하다던 키보드가 완전 신품이다. 대포고냥군은 4월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했다.정말 잘 쓰겠습니다. 클량 맥당의 ‘하드리아누스’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