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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아이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 가 원제

‘늑대아이 아메와 유키’ 가 원제

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섬머워즈 (サマ-ウォ-ズ) 의 감독 호소다마모루 (細田守) 의 신작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전 작 들을 즐겁게 감상했었기에, 꽤 기대 중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영관 거의 없음. 게다가 하루에 딱 2회 상영. 인터넷으로 티켓 예약을 하다 부글부글 뭔가 오기가 생겨버렸다. 그래… 내 생애 처음으로 조조를 보는거다. 해서, 그렇게 토요일 아침 9시로 예약을 하게 된다. 뭔가 오전의 극장은 졸라 조쿤? 사람도 없고, 1층에 있던 스타벅스에서 괜히 크로와상을 먹으며 영화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말이지… 차도 가져오지 않아서인지 왠지 마음도 가볍다.

사실, 얼마 전에 돌돌미와 무슨 영화를 보러갔다가 우연히 이 애니메이션의 예고편을 보게 되었었는데, 트레일러 상으로는 귀엽고 밝기만 한 그런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했었다능. 게다가 이번 ‘늑대아이’ 를 보면서 뭔가 호소다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늑대아이 초반 스토리 자체는 전혀 슬프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보는 중 내내 울컥울컥 하는거다. 뭔가 이건… 고교 시절, 햇살이 좋은 날에 학교 스탠드에 앉아 멀리 운동장에서 미친듯 축구를 하는 놈들을 보고 있는데, 나는 한 없이 멈춰 있는 듯 한 그런 느낌. (뭔가 망한 것 같은 표현) 아마도 의도 한 것이겠지만, 꽃밭 씬을 비롯하여, 배경들이 매우 정적인 가운데, 작은 요소 – 지나가는 행인들도 작게 표현한다 – 들만이 아주 느리게 움직여 뭔가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낸달까.

강의실에서 만난 늑대인간을 사랑하게 된 하나. 그렇게 태어난 유키와 아메. 인터넷 상에 떠도는 늑대아이의 감상평 중에는, 늑대와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비평이 있던데, 그런 인간들에겐 네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만 보며 평생을 살라고 해 주고 싶다. 뭐,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인 늑대 아이 유키와 아메의 이야기로 중심을 옮기는 데 있어서, 출생 배경 따위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 만큼 자연스러웠다는 것이다. 사실, 호소다마모루 감독이 늑대아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風の谷の ナウシカ), 천공의 섬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ータ), 모노노케히메 (もののけ姫), 이웃의 토토로 (隣のトトロ)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인간 혹은 문명과 자연의 공존 혹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아야 하는 관점과 같은 것이 늑대아이의 메인 주제이다. 늑대인간은 자연, 하나는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 아이들은 그 자연과 인간의 매개체이다. 사고로 늑대인간이 주검으로 발견되는 장면에선 옆에 하나에게 가져다 주려고 했던 것 같은 꿩 한마리가가 죽어 있다. 이 장면에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인간이 만든 고속도로를 목숨을 걸고 횡단하다 로드킬로 죽어 나가는 동물들이 떠 올랐던 것은 나의 비약인 것일까. 그 주검의 허망한 눈은 늑대인간이 눈이 아닌 동물의 그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보호소에 갖혀 아메와 대화하던 생기를 잃은 늑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아이들에게서 드러나는 늑대의 귀와 꼬리. 그리고 그것을 필사적으로 사람들 눈으로 부터 숨기려 하는 하나. 그러나 아메는 자연으로 돌아가고싶어 하며, 유키는 학교에서 순간 드러난 야성으로 친구를 상처입힌다.

산으로 돌아간 아메를 찾아 정신없이 산을 오르는 하나. 그러나 곧 소용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인간이나 자연은 모두 본래 있던 곳에 있어야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호소다마모루 감독은 늑대아이를 통해 이야기한다. 인간이 언제부터 이 지구의 주인이었던가. 서구의 프론티어정신이라는 미명 하에 자연은 인간이 순응시키고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라 착각해 왔던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늑대아이’ 를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라따뚜이 (Ratatou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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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포스터 ‘라따뚜이’ 와 일본판 ‘레미의 맛있는 레스토랑’

최근에 영화계의 이슈라면 심형래 감독의 디워 (D-War) 관련 이야기들 뿐인듯 하다. 다들 뭐가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는거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피 터지게 싸우고 비난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절로 솟구친다. 애국심이 어쩌고 하며 파시즘을 펼치는 옹호론자나, 쓰레기 영화라고 비난하는 비평가나 같은 수준일 뿐이다. 물어보고싶다. ‘그렇게 똑똑하면 왜 한국에 있는데? 밥 벌이는 하냐?’ 고… 물론 대포고냥군은 이런 논쟁에는 관심도 없지만 말이다. 친구중 한 넘이 ‘그래도 한번 봐줘야 되는 것 아니냐’ 라고 했다. 단언코 나는 디워를 볼 의향이 없다. 그리고 이건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나의 영화 선택에 대한 판단일 뿐이다.

세상이 디워 논란에 술렁일 때, 7월 28일 픽사 (Pixar) – 디즈니 (Disney) 의 라따뚜이 (Ratatouille) 가 개봉했다. 8월 초순 기준 국내 유명 영화예매사이트의 예매순위 3, 4위에 랭크되었고, 대부분의 영화관련 미디어에서 이 작품에 대하여 평점 10 점 만점에 9 점 이상을 부여했다. 그런데 8월 중순도 되기 전, 많은 극장들이 라따뚜이를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디지털 영화관은 고사하고 일반 영화관에서도 라따뚜이를 구경하기 힘들다. 극장입장에선 아무래도 이슈화가 된 – 디워 같은 – 영화를 많이 올리는 것이 이익. 솔직히 큰 기대없이 본 영화가 이렇게 까지 맘에 들었던 적이 그다지 잦은 일은 아니기에 많이 아쉬운 현상이라 하겠다. 거의 마지막 디지털 상영으로 라따뚜이를 본 대포고냥군의 상영 후 감상은 ‘단순한 스토리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어서 즐겁다’ 정도로 설명될 수 있을까… 스토리는 아주 쉽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생쥐 래미 – 주인공 – 가 파리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꿈을 이룬다’ 라는 이야기. 쉬운 이야기 임에도, 한 치의 허술함이 없다. 이것은 어쩌면 픽사의 애니매이션 기술에 관한 이슈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등장인물들의 표정, 몸짓, 대사에서 어색함이라곤 발견할 수 없다.

여태껏 픽사 – 디즈니 진영과  드림웍스가 영화 팬들에게 선보인 작품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픽사 – 디즈니 에서는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벅스라이프, 몬스터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등등 을… 드림웍스에선 슈렉 시리즈 하나만 예로 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 대포고냥군은 쾌락주의당의 멤버라 솔직히 보고 행복하고 좋으면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6,000원 짜리 영화를 보고 거기서 숨겨진 상징을 찾고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발견해야만 속이 시원한 그런 비평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는 하일라이트 씬 몇 분으로는 좋은 영화가 절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영화의 홍보문구처럼 ‘마지막 8분이 압권이다’ 따위의 문구는 관객에게 두시간동안 자다가 8분 남았을 때 일어나라는 이야기나 매 한 가지 아닌가? 이런 점에서 ‘라따뚜이’는 내게 좋은 영화였다.

ps. 꼭 디지털 상영관에서 보거나 디지털 소스로 보는게 좋다.
생쥐 털 날리는 것이 예술이다.

대포고양이군의 케로로 중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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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중사, 완성!

케로로 중사, 완성!

지난주, Qtaro 군이 일본에 출장을 갔다왔다. (참조 : Qtaro군은… 동원F&B에 다니고있으며,  참치로 고양이 밥을 만들어 OEM으로 일본에 수출한다.) 선물을 사왔다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케로로중사 플라모델이란다. 장난이지? 했더니… 정말이란다. OTL… 33살 먹은 우리가 이런걸 만들어야 되냐… 응? 응? 여튼 무거운 여행가방에 나를 위해 ‘케로로 중사’ 를 500엔 주고 사서 열심히 날라온 Qtaro군의 정성을 생각해서 만들어보기로 했다. 뜨어… 상자를 열어보니 의외로 부품이 많다. 플라모델 만든지가 초딩 이후로 어언 백년만이다. 수전증을 극복해 가면서 만들어 놓으니 나름 귀엽긴한데 말이지… 대포고냥군 집이 투니버스 스튜디오가 된 듯하다.

사랑하는 친구 Qtaro에게…

어이 친구… 자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케로로 중사’ 는 고맙게 받았네.
완제품을 살까, 플라모델을 살까 10분동안 서서 고민했다는 자네 말에 심히 혼란스러웠네.
근데 문제는 말이지… 얘를 이마트에서도 판다는 말이지… ‘3세 이용가’ 이더군.
뭐… 박스에 쓰여진 허용나이보다 11배 나이든 대포고냥군이 만든다 한들 문제 될 것은 없지만 말일세. 핫핫핫…

곧 나도 일본 출장인데, ‘2세 이용가’ 를 사다 줌세. 기대하시게!
뭐 여튼… 선물은 언제나 기분좋다. (두갑의 마일드 세븐도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