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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를 개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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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남대문 – Nikon D80 / 18-70mm F3.5-4.5G ED / Photo Merged

2월 10일 밤 10시 쯔음에, 대포고냥군과 징징양은 명동에 있었다. 오래간만에 버스를 타고 나갔더니 주차걱정도 필요없이 좋구나 생각했다. 느긋하게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다 10시가 가까워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집으로 가는 262번 버스를 탔다. 남대문 근처를 지날 때 쯤, 앞에서 경광등에 사이렌까지 난리법석. 무슨일이 난 듯하다. 좀 더 다가가서 자세히 지켜보니 남대문 주변을 소방차 십 수대가 아예 에워싸고 있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남대문에서 연기나!’ 버스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다 남대문을 쳐다봤다. 정말 연기가 나네;;; 이 때 까지만해도, ‘왜 남대문에 불이 나지? 누전인가보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게다가 ‘소방차들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뭐… 금새 잡겠지.’ 했다.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켜보니 남대문에 불길이 치솟네, 어쩌네 하고 난리법석이다. 그랬더니 새벽 1시 반이 되서 하는 말이 남대문 전소(全燒) 란다. 석대(石臺) 위에 내려앉은 잔해가 다 타서 베베꼬인 성냥꼬쟁이 같다. 덕분에 대포고냥군은 역시나 곤히 자던 징징양을 깨우고 이리저리 어쩔 줄 몰라하며 난리를 쳤다.

나는 고향이 서울인 것도 아니고, 남대문을 보아온지 고작 6년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시뻘건 불길이 남대문을 삼키고 2층의 누각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무너져 내릴 때,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나더라. 일생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마음은 어떠할 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뉴스에서는 남대문이 국보 1호의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 아닐지를 두고 공방이다. 티비는 역시 국민들을 병신 만드는 꼴통 미디어다. 저런 색히들 싸그리 다 콘크리트 부어서 바다에 던져버려야 되는데… 남대문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국보 1호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랜드마크이기 때문에 가졌던 존재감이었다. 그 아름답던 건축물이 불타 내려앉고 현판이 떨어져 박살나는 것을 세계가 지켜보고있었다. 그 순간, 국민들은 눈물과 함께 자존심도 잃었다.

소방방재청은 문화재청과 책임 떠 넘기기에 열심인 와중에 임기가 12일 남았던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며 졸라 생색을 내셨으며, 우리의 대통령 당선자 2MB 님은 극적인 순간에, ‘국민의 성금으로 남대문을 복원하자.’ 는 망언을 내 뱉어 불에 끓는 기름을 부어 주셨다. 게다가 공무원님들 퇴근 후에 남대문 경비를 담당하던 사설 경비업체는 예산문제로 적외선 센서 수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고, 남대문의 1년 보험료가 8만 3천원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들은 옳다구나 하고 이웃나라 일본의 문화재 방재대책을 본 받자며 떠들고 있고… 이런 꼬락서니를 지켜 보자니,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 딱 이런 심정이다. 대포고냥군, 이 따위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갑갑하여 가슴이 옥 죄여 오는 느낌이다.

이번 남대문의 소실을 보고, 부모와 자식이 생각났던 것은 나 혼자 였을까. 부모님 살아계실 때, 늘 잘 해야지 잘 해야지 하던 자식과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후 땅을 치고 후회하는 자식. 대포고냥군은 남대문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왜 그동안 한번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ps. 뉴스를 검색하다 발견한 기사. 정말 한국인인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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