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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괴물과 한국 영화관객의 수준?

나름 호화 캐스팅!

약 3주만에 1천 1백만 관객 동원.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매 주말이 지날 때마다 영화 괴물은 새로운 기록을 경신 중이고, 매스컴은 들썩대고 있다. 사실 대포고냥군은 지난 달에 이 영화를 보았다. 그럼에도, 이제서야 글을 쓰는건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을 썼다가 너 때문에 재미없었잖아! 라는 원망을 피하기 위해서이고, 이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미디어는 한번쯤 돈내고 봐 줄만 하다 라는 생각에서 였으니, 나름대로 대포고냥군의 배려?

자자자… 이미 괴물을 보신분만 아래로 내리시는거다.

‘영화 괴물에 열광하면 수준 미달?’

영화 괴물을 보고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평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절대 대다수는 너무 잼있었다 이고, 그게 아니라면 꽤 괜찮긴 하지만 뭔가 찝찝… 이라는 반응이다. 개봉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는 포털사이트에서 괴물이라고 치기만 해도 수많은 영화평들이 검색된다. 대체로 영화평론가들은 괴물 = 한국의 부조리 라는 견지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오히려 평론의 주제는 괴물이 무섭다 가 아니라, 봉감독은 운동권이다 라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물론 평론 아래에 달린 리플은… 대체로 무슨 개소리냐… 이런 훌륭한 영화를! 이라는 내용으로 도배되고 있지만…

얼마 전, 김기덕 감독이 괴물을 지칭하며 한국 영화 관객의 수준을 논하는 바람에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는데, 대포고냥군도 김기덕 감독의 의견에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김 감독의 표현이 너무 과격했다는 것인데, 김 감독 그 자신도 쓰레기같은 영화를 보러오는 수준 낮은 관객들이 내주는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괴물은 이렇게 추켜세워주면서 자기의 영화는 왜 홀대하느냐 라는 유치한 투정으로 들리기도 한다.

대포고냥군이 보기에도 영화 괴물은 단순한 괴수 영화는 아니다. 영화 서두에서 미국인인지 아닌지는 불 명확하지만 영어를 쓰는 사람이 포르말린을 한강으로 흘려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 이후로,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 소동에 에이젼트 옐로우 (Agent Yellow) 라는 대 화학전 장비 까지 개입시키는 미국, 무기력하게 미국의 개입에 전전긍긍하는 한국 정부, 박해일이 괴물을 향해 날리는 화염병까지 영화 전반에 걸쳐 반미 코드가 가득하다. 심지어 어떤 평론가들은 괴물에게 납치되는 현서 (고아성) 의 이름에서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의 흔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뭔가 곳곳에 봉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널려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희미하다.

한 사회조사기관에서 ‘영화 괴물은 반미영화인가?’ 라는 주제로 앙케이트를 실시하였는데, 네티즌들의 64%는 ‘영화 괴물은 반미영화가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뭐 실제로 괴물은 반미영화라고 하기에는 약한 면이 없지않다. 봉감독 비겁해! 하지만 봉준호감독은 흥행을 어느정도 고려한 수준에서 분명 한국이라는 사회에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를 영화 곳곳에 배치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대 다수의 관객들은 그 메시지를 이해 못했거나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감독의 영화제작의 기교가 모자라서 라기 보단, 괴물이 반미영화로 포장되길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대포고냥군의 전공이기도 한 사회학에서는, 똑똑한 엘리트 집단과 대중 (Mass) 으로 계층을 분리시켜 해석하고 있으며 대중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는 엘리트 문화의 싸고 조잡한 카피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사회 구성원의 평균에 맞춘 대중문화는 지식층에서 논하는 문화에 비하여 저속하고 싸구려일 수 밖에 없다. 김기덕 감독의 말 처럼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수준이 낮아서 그가 영혼을 불어넣은 – 해외에선 각광을 받은 –  작품의 본질을 파악할 만한 레벨이 안되는 것은 사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영화 라는 것 자체가 대중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자신이 지금껏 만들고 있던 영화라는 것 자체가 저속하고 수준이 낮은 대중을 위한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문화엘리트가 되고싶은 대중일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에 개봉하는 ‘하루’의 관객수가 20만이 되면 한국 시장을 뜨네 마네 하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말든가!

문화는 그 사회의 정신이며, 사회가 하루 밤 사이에 변할 수 없듯이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문화를 매개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의 문화수준을 인정해야 한다. 김기덕 감독이 만일에 천재일지라도 그 사회가 그 천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단지 센스 없는 미치광이일 뿐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