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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4 점박이 아기고양이의 죽음 (12)



어젯밤, 도돌미와입후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고 나갔다가 얼마지 않아 다시 뛰어 들어온다. '오빠오빠, 새끼고양이가 아픈지 못 움직여' 그 길로 따라 나가보니, 나무 아래에 태어난지 두 달은 됐을까 하는 아기 고양이가 축 처친채로 누워 있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파트 9동 근처에 사는 어미고양이가 데리고 다니던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 중 하나다. 가까이 가도 가뿐 숨을 몰아 쉴 뿐 기척이 없다.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더듬어 보니, 바싹 말라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 차에 친 것 같진 않다. 쥐약이나 독풀 같은걸 먹은 것 같은데... 

나는 이전에도 이 아이와 만난적이 있다. 아파트 1층 계단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집으로 들어갈까 하는 순간 계단쪽에서 고양이 하나가 튀어 나온다. 그런데, 그 어미 고양이는 자리를 뜨지 않고 날 바라보면서 애처롭게 야옹야옹 우는거다. 그러고 보니, 계단 아래에 미처 따라 나오지 못한 새끼 고양이 둘이 남아있다. 날 사이에 두고, 새끼고양이 둘이 고립되어 버린 것이다. '아, 그래그래- 애기들 잘 키우거라-'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자 어미고양이는 새끼들을 불렀고, 거짓말 처럼 알아들은 새끼들은 깡총깡총 어미를 따라갔다. 화단의 작은 나무 덤불 안으로 새끼가 사라진 뒤에도 어미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한참을 날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후에도, 주차해 둔 차 밑에서 낮잠을 자거나, 나무에 오르고 있는 새끼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미고양이 뒤를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따라다니던 새끼고양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난다.

죽어가는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싶었다. 가망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의사에게 보여 보고 싶었다. 그 순간에 병원비 걱정에 망설였다. 집에 데려갈까 생각했다가 집에 있는 바둥, 구름, 우키 생각에 또 망설였다. 집에 사는 우리 고양이랑, 이 아기 고양이 모두 똑같은 고양이임에도, 짧은 망설임 끝에 하루에도 허다하게 사고나 병으로 죽어나가는 '길 고양이' 로 분류해 버렸다. 혹시, 누군가가 발로차거나 할까봐 목 뒤를 쥐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화단의 덤불 아래에 뉘어 놓고는 옆에 물과 사료를 남기곤 들어왔다. 죽어가는 아이를 외면해버린 죄책감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사라져 있을지도 몰라' 라며 애써 모른체 해 버렸다.

오늘 아침, 그 새끼고양이를 두었던 화단을 쳐다보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사라졌기를 진심으로 백번은 바랬다. 새끼 고양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있었다. 더 이상 숨도 쉬지 않는다. 벌써 파리가 웽웽 꼬이고 있다. 옆에 하얀 양말을 신은 또 다른 새끼고양이가 앉아서 지키고 있다.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다. 휙 돌아섰는데 어질어질 하다. 머리속이 하얗다. 내가 어쨌어야 됐을까... 망설였던 그 순간에 어떡해야 했던걸까... 그 때 병원에 데리고 갔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까? 같이 사는 바둥, 구름, 우키는 캔을 따 줘도 시큰둥할 정도로 복에 겨워 사는데, 죽은 새끼고양이는 그런 캔, 한 번이라도 맛 보고 죽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맘이 아프다.

좋은데로 가라고 회사 화장실에 앉아서 백 번은 기도했다.
다음 세상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애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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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징징 2009/08/04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데리고 들어왔으면 그렇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괴롭다..... 죄책감이 들어서 자꾸만... 미안해 고냥아 ㅜ_ㅜ

    • 대포고양이 2009/08/05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집에 데려가서 죽을 아이를 살릴수 있는 경우는,
      아마 굶주려서 기진한 아이 정도일것 같아-
      얘는 분명 뭔가를 잘못 먹었거나 병에 걸린것 같았음.

  2. 나비 2009/08/04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으니 목구멍이 뜨끔해지네요.
    예전 진주아파트 살때 주인한테 버려진듯 유난히 사람을 잘따르던 턱시도 길냥이가 생각나요.
    울면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왔는데.. 그땐 맘에 준비가 안되어서 그냥 떼어 놓고 올라와서는 엉엉~ 울었어요.
    참치캔을 들고 내려갔더니 어디로 갔는지 안보여서 미안해서 또 울었는데..
    길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죽어가는 것이 길고양이의 숙명이라는건 알지만,
    그들에게 해줄수 있는게 없어보여 슬퍼질때가 많아요.
    대포고양이님 힘 내세요. 이곳에선 짧은 삶을 살았지만 더 행복한 곳으로 갔을꺼라고 믿어요.

    • 대포고양이 2009/08/05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문을 열어두면, 인연이 있는 고양이가 집으로 걸어들어왔음 좋겠어요-
      그러면, 따로 입양 없이 운명이라 생각하고 잘 길러줄텐데 말여요...

  3. 마롱 2009/08/04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런 길고냥, 길멍이 보는 경우는 많았지만, 죽기까지 했다니 너무 마음이 안좋네요.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더더욱 이런거 지나치기도 힘들고...
    회사 마당에서 며칠간 애옹거리던 애옹이가 있었는데 그아이는 밥 몇번 줫더니 기운차리고
    가출했엄요☞☜ 배은망덕 가출냥 애옹이는 잘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 대포고양이 2009/08/05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길냥이들은 보면 안타까워서 외면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은것 같아요. 책임도 못 져줄거면서 쓰듬해줬다가 그냥 휭- 가면...

  4. munsuk 2009/08/04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길고양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요샌 바둥+구름+우키 덕분에 지나가는 길고양이들에게 눈길한번 더주게되고, 인사한번 더하게되던데-
    나모키님 마음은 오죽하실까 싶어요..ㅠ_ㅠ
    좋은 마음으로 기도해주시니, 가는 길은 따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당..

    • 대포고양이 2009/08/05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미고양이가 새끼 둘을 보내달라고 나한테 야옹야옹 하던것이 생각나서요-
      애가 죽었음 얼마나 상심이 클까 생각했어욤-
      게다가 아침에는 다른 형제 하나가 주검 옆을 지키고 있는걸 보니... 휴우...

  5. jay군 2009/08/04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쩌면 하늘 맑음이가 아니라 공원 산책가는 길에 만난 턱시도 냥이가 우리집에 같이 사는 첫번째
    냥이가 될 수 도 있었을텐데..길위의 생명은 늘 안타깝습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올때면
    아파트 화단에서 가끔 마주치는 녀석들은 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한참 안 보이다가 다시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 세상에서 못 가진 만큼 다음 세상에는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대포고양이 2009/08/05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희와 같이살 고양이들 중 하나쯤은 힘들게 사는 길고양이를
      박박 닦아서 같이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벌써 셋이나 되었네요-
      시골에 농장 같은거 하면, 오는 고양이 다 받아주고 싶어요-
      다라에 사료와 모래를-

  6. 2011/02/27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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