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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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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성황일 때, 꼭 IMAX 2D로 봐야겠다며 2주 후로 예매를 해 두고서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게시판 스포를 피해다니느라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스포일러는 안 해야지 싶다. 감상 평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점수를 주자면, 90점. 하필이면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하, 광해) 를 봐야지 했던 그 날, 회사 동료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이 영화를 봤다는 모 대리께서 ‘스토리 진행이 더디고, 일반 드라마 보는 느낌이었다.’ 라고 평 하셔서, 개인적으로 몹시 걱정 하였으나, 그것은 영화 취향의 차이였을 뿐 기우였다. (미안 백대리…)

사극 – 대포고냥군 기준으로 한복을 입고 나오는 – 을 극장에서 보았던 적이 손에 꼽을 정도 였던 것 같은데, 아마도 2003년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와 2005년 개봉이었던 ‘왕의 남자’ 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을 듯 싶다. 비록 보진 못했지만 개봉 된 사극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대부분 스릴러, 코미디, 에로(?) 같은 장르인데다 대포고냥군이 사극에 대해 비쥬얼이나 스토리의 완결성 면에서 좀 더 강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극은 고풍스럽고 좀 진지해야 제 맛이랄까… 흠흠…

우선, 광해를 보기 전에 대포고냥군이 기대했던 포인트는 이병헌과 류승룡의 연기력이었고, 살짝 걱정했던 구석은 중전 역으로 살짝 가볍지 않을까 했던 한효주와, 혹시나 왕이된 남자라는 제목이 조금은 거창했던 탓에, 감독이 조금 스케일에 있어서 욕심을 내지는 않았을까 하는 정도였다. 뭐 이런 기대와 걱정 포인트는 철저히 대포고냥군의 좁아터진 안목 탓이니 비난은 사양한다. 또, ‘광해’ 가 개봉된 후 광해라는 임금이 실제는 어떤 인물이었다는 둥 말들이 많던데, 어차피 영화란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픽션이니 본 아티클에서 영화의 리얼리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영화 자체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 스토리 전개로만 본다면 암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왕의 대역을 세운다는 식상한 주제로 시작했으나, 꽤 잘 풀어 나갔다는 느낌이랄까.

‘적절하게 가볍고, 무겁다.’

‘광해’ 는 꽤 밸런스가 좋은 영화다. 관람 전에 사전 정보 하나 없이 가는 걸 좋아하는 대포고냥군은 영화 시작 전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가 뭐랄까 오히려 가벼워서 안심했달까… 뭔가 제목만 보고선 ‘광해’ 는 어두운 분위기에, 조선의 군주로써의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에 집중하는 그런 영화인 줄로만 알았었나보다. 그러나 ‘광해’ 는 결코 무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았으며, 영상미도 매우 훌륭했다. 광해와 하선을 연기 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던 이병헌의 연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인상 깊었으며 허균 역의 류승룡 아저씨와 조내관 역의 장광 아저씨의 깨알같은 연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참 많이 웃었던 기억이다. 또, 영화에 얹혀 있는 러브라인은 매우 단순하지만 꽤 로맨틱하게 보이는데, 관람 후엔 중전이 한효주였기에 이런 느낌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나도 꽤 편견이 심한 사람인 듯 싶다. 이렇게 적고 보니, ‘광해’는 스토리 보다는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  po이병헌wer – 끌어간 영화였다 싶다.

뭔가 영화를 본 후에, 인터넷 상의 게시판을 보니 광해의 가슴 상처가 처음이랑 다르다는 말이나 감독이 원래 원했던 결말은 개봉판이랑 다르다는 등 ‘석연치 않은 결말’ 이라 평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뭐 개인적으로는 개봉판의 결말도 단순하니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이가 드니 뭔가 이지한 것들이 좋아진다는. 뭔가 개콘 ‘불편한 진실’ 의 김기리식 유머가 점점 좋아지는 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