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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떤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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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 07:00 AM – Ricoh GR Digital / F2.4

2007년 1월 1일. 그 때 대포고냥군은 부산에 있었다. 12월 29일 금요일의 종무식이 끝나자 마자 그녀와 함께 마지막 비행기편으로 부산에 내려와 버렸다. 그녀는 내가 30년간 곁에 두고 살아온 광안리 앞바다를 보고 싶어했고, 나는 어머니에게 그녀를 처음 만나게 해 드리고 싶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궁합이 좋아보인다. 그녀는 금새 어머니를 따랐고, 어머니도 그녀를 딸처럼 이뻐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녀는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29일 밤에 비행기에서 내려 집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는데, 그냥 집으로 휙 들어가기가 그래서 그녀의 손을 잡고 광안리 모래사장으로 이끌었다.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는, 파도소리만 들리는 바다에 서서 “우와~, 우와~” 만 연발하던 그녀의 표정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래… 내가 서울에 올라온 이 후 꽤 오랫동안 느낀 이유 모를 답답함은 바다였다. 30년간 채 5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이런 바다를 두고 살았던 나에겐 바다란 엄청나게 큰 존재였던 것이다.

1월 1일, 새벽 6시. 자고있는 그녀를 깨워서 신년 첫 해돋이를 나갔다. 광안대교는 교통이 통제되었고, 모래사장은 해돋이를 보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수평선 위에 낀 구름 탓에 예정시간보다 한 참이나 늦게 해가 떠 올랐지만, 그녀와 손을 꼭잡고 지켜보는 바다는 여기서 살아온 30년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느낌이었다. 올해는 어떤일이 생길까? 미신이지만, 지난 3년간 – 물론 음력이니, 아직도 끝난것이 아니다 – 삼재 (三災)를 겪었던 대포고냥군은 정말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없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자동차 사고에, 줄줄새는 지갑에, 사람과의 관계도 꼬이고 꼬였던 지난 삼년. 그 삼년의 막바지 즈음에 만났던 그녀는 뭐랄까, 빛 줄기 같았다. 그녀를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결혼하겠다고. “다시는 얘 같은 여자, 못 만날것 같아.” 라고 했다. 어머님도 놀라신게 당연했다. 지금껏 아들 놈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거든. 여튼 그런 그녀와 손을 잡고 새해의 첫 해를 보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이 사람이랑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올해는 하늘이 뒤집혀도 결혼해야 한다. 서른 넷의 올해를 보내고 나면, 대포고냥군의 가치 급락이니까!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나하나 하면서 며칠사이 10년은 늙어버린것 같다. 그녀도 많이 힘들어하고… 여튼 올해는 내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한 해로 만들고야 말겠다.

ps.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어졌다.
마지막으로, 해돋이를 보고 돌아오던 길에 계속 하늘을 빙빙 돌던 새떼들.
아아… 역시, 지랄디의 사진은 노스텔지어다. 저 지글지글 노이즈까지 멋지니 어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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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의 쎄리모니 – Ricoh GR Digital / F2.4

Canon EOS 5D – 부제 : 로망의 풀 프레임 (Full Fr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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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the last...

At the last…

많은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풀프레임 (Full Frame) DSLR을 꿈꾼다. 대포고냥군은 필름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나, 대세는 이미 디지털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퀄리티는 정말 좋으나, 그 필름스캔의 귀차니즘의 압박만 생각하면 덜덜덜;;;)  그래서 일단 필름 카메라는 제외. 현재 신품으로 구입 가능한 풀프레임 DSLR 2개 기종은 전부 캐논의 카메라이다. 플래그쉽 – 프로용 – 의 1Ds mk2 와 대포고냥군이 구입한 5D 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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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의 센서와 35mm 필름과의 크기비교 (출처:SLR클럽 paco님)

그럼, 풀프레임에 대해 알아보자. 많은 사람들이 풀프레임, FF, 1:1 등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나, 정확한 표현으로는 풀사이즈 (Full size) 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풀사이즈라는 말은 뭔가 비교대상에 대해 풀사이즈라는 의미일텐데 도대체 그 비교대상이 뭘까? 보통 필름카메라에 들어가는 둥근 원통형 케이스의 필름을 35mm 포맷 필름이라고 부르는데 – 필름 한 컷의 가로변이 약 35mm – DSLR의 센서의 크기가 35mm 필름 한컷의 사이즈와 동일하다고 해서 풀사이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풀프레임을 제외한 보급형 DSLR이 가지고있는 센서는 필름 한 컷의 크기보다 작은가? 그렇다. 일반적인 보급형 DSLR의 센서는 풀프레임 센서 면적의 반이 채 안되는 크기이다. (우측 도표의 D60과 D100 이 보급형 DSLR의 센서 크기.) 당연히 대포고냥군의 5D는 풀사이즈 센서를 가진 DSLR 이므로 35mm 필름판과 센서크기가 동일하다. DSLR 카메라의 렌즈를 제거하면 센서 앞에 미러가 가로 막고 있어 센서가 바로 보이지 않는다. 미러를 위로 올리면 드러나는 선홍색 풀프레임 센서! 아아… 이런게 로망인것이다. 광활한 풀프레임 센서여! 알흠답다. 줼줼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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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서 센서까지의 거리는 동일하나 사이즈가 다르다

DSLR에서 빛을 받아들여 디지털 이미지화 하는 센서가 풀사이즈일 때 장점은, 기존의 SLR카메라의 렌즈들이 모두 35mm 필름 판형에 맞추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고로 렌즈의 성능을 100% 다 끌어낼 수 있다. (심도표현 및 계조표현에서 월등하다.) 보급형 DSLR은 보통 크랍 (Crop) 바디 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렌즈에서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가운데 부분만 잘라서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왼쪽의 도표를 보면 간단히 이해 할 수 있는데, 렌즈는 35mm 필름 사이즈 만큼 빛을 받아 들이지만, 실제로는 크랍바디의 센서는 그 보다 작으므로 가운데 사각형의 면적 만큼만 잘라내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면 왜 크랍바디들이 렌즈의 성능을 다 쓸 수 없는지 알수 있다. 렌즈를 통과하는 빛의 주변부를 버린다는 것은 그만큼 빛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계조 – 빛의 그라데이션 – 면에서 불리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에는 크랍바디에 최적화된 DSLR 전용 렌즈 – 캐논의 EF-S 렌즈, 니콘의 DX 렌즈 – 가 많이 발매 되고 있는데 이런 렌즈들은 크랍바디에 달려있는 센서의 크기에 맞추어 빛을 모아 뿌려주어 계조의 향상을 꾀하고 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더 알고싶으신 분은, 따로 문의 바란다. 하핫;;;

여튼, 풀사이즈 DSLR은 좋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 측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35mm 판형의 센서를 고집하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다. 렌즈를 크랍바디에 맞추어 재 설계한다면 별 문제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크랍바디의 작은 센서를 사용한다는 것은 DSLR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35mm 판형에 맞추어 설계된 수많은 훌륭한 렌즈라는 메리트를 포기하는 것이며, 뭐랄까… 35mm 판형과는 계보(?) 가 다른 서자(序子) 인듯 여겨진달까…  정통성이랄까… 그런것들을 사진가들은 무의식중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올림푸스, 코닥, 파나소닉 등이 모여서 기존 35mm 판형과 다른 비율의 새로운 센서 – 포서드 (Four-Third) 라고 한다 – 를 만들었는데 성능도 매우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ps. 대포고냥군은 이번에 5D를 질러주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마음이 가벼웠다는 소식이다.

왜냐면 어차피 가야할 길이었으니까요…

<구입기념 샘플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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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ure – Canon 5D / Tamron 28-75mm F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