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06년 9월월

서른셋에 찍는 스티커사진

가볍게 썩소를 날려주는 센스~

간만에 종로에서 밤 늦게 까지 있다가 돌아가는 길에 눈에 띈 스티커 사진방. 대포고냥군은 백만년만에 스티커사진에 도전하기로 했다! 백만년만 아닌게 도대체 뭐냐 넌! 일단 들어가자. 오늘 외근이 있던 날이라 입은 수트 차림이 부끄랍다;;; 뭐 그래도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청소년들이 없어서 다행이다.

어느 기계가 대포고냥군을 가장 알흠답게 묘사(!) 해 줄지 찾던 중, 더허! 5,000원! 백만년만에 스티커 사진방을 찾은 대포고냥군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2,000원 짜리까지는 찍어봤는데… 게 중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 이름이 반짝반짝 무슨 공주였다. (대충봐서 기억이희미하다…) 오호! 요즘 기계는 뭔가가 다르긴 다르다. 카메라를 상하로 옮겨서 하이앵글, 로우앵글로도 촬영이 가능하군!

드디어 총 여덟 컷(!)을 다 찍었다. 그러니까 기계 바깥으로 나가서 전자펜으로 에디팅을 하란다. 여기서 한번 다시 세월의 무상함을… 이 대목에서 대포고냥군, 5,000원의 가격을 이해하려고 들고 있다. 이 나이에 배경을 분홍색 땡땡이로 넣기도 뭣하고 해서 모든 것을 디폴트로 설정하고 프린트 했다. 사실대로 고백하면, ‘극한 뽀샤시’ 옵션만 썼;;;

으핫핫! 생각보다 잘 나왔다. 기분좋게 카운터로 가서 사진을 갖다주니, 라미네이트 – 쉬운말로 코팅 – 를 씌워준다. 아줌마, 사진 잘라주며 하는말. 사진 엄청 뽀샤시하게 나왔네! 그래 내 피부 엉망이어요! 아놔~ 완전 맘상했다. 남들은 20대에 탱탱한 몸을 사진으로 남겨 둔다는데, 나는 서른셋에 5,000원짜리 스티커 사진을 찍고서 와방 좋아하고있다. 머냐 이 뼛속까지 사무치는 공허함은…;;;

sticker2.jpg

역시 스틱허 사진은 컵흘끼리 찍어야 제맛!

오늘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당신을 울렸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렇게 이쁜 찐찐양을 울리다니…

찐찐양, 우리 상태 좋을때 다시 한번 사랑의 스틱허 사진에 도전하도록 해요! 잇힝!

사랑해요 찐찐♡

ps. 사진을 보면서 내내 기분좋게 집에 도착했더니, 열쇠를 회사에 두고왔다!!! OTL
우어! 택시비 15,000원!

당신이 눈을 가렸을때…

당신이 눈을 가린 동안 – Nikon D50, AF50mm F1.8D, F1.8, 1/60 Sec, ISO 200

나, 당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손가락을 봅니다.
아나요? 당신 손을 보고있노라면 꼭 힘주어 잡아주고 싶은걸…
나, 그 고운 손. 지켜주고 싶은걸…

당신이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그 짧은 순간이,
얼마나 애틋했는지…
혼자서 목이 메였는데…

당신은 모릅니다.

몰스킨 (Moleskine) – 아날로그적 감성

Ruled Moleskine – Nikon D50, AF50mm F1.8D, F1.8, 1/40 Sec, ISO 200

일을 끝내고 오래간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 이리저리 잡지코너를 둘러보고, 캔디샵에서 시큼한 젤리들도 좀 구입해 주고 하다보니 텐XX텐에 이르러, 몰스킨을 보고야 말았다. 이 전에 모 커뮤니티에서 알뜰구매라는 게시판에 몰스킨 2개 패키지를 구입하면 로모 액션샘플러를 그냥 주는 이벤트가 소개됐었을 때, 무슨 노트가 이리 비싸 하고 그냥 넘겨 버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속이 엄청 쓰리다. 몇 번 만져 봤을 뿐인데, 벌써 매장의 직원이 내 카드를 들고 긋고있다. 그리하야, 2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 노트, 몰스킨을 대포고냥군이 입양하게 된다.

몰스킨은 크게 포켓사이즈와 라지사이즈 두 종류가 일반적인데, 표지는 같으나, 속지의 바리에이션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줄이 쳐진 Ruled Notebook, 격자무늬 Squared, 무지 Plain, 수채화까지 그릴 수 있는 Pound수가 높은 종이로 만들어진 Sketchbook 등 종류가 매우 많다. 처음 곁눈질로 봤을때는 표지가 두꺼운 카드보드 페이퍼 인줄로 만 알았고, 만져보고 나서는 양가죽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좀 알아 본 결과, 그것은 유포 (油布 – Oilcloth) 라는 것을 알게 된 대포고냥군!

유포는 아마인유, 대마유, 오동나무 기름 등의 건성유(乾性油)나 콩기름, 어유(魚油) 등의 반건성유를 주성분으로 하고, 건조촉진제로 납 ·망간 등의 지방산염을 첨가해서 보일유(油)를 만든다. 이것을 천에 소량 도포하여 햇빛을 쬐고 기름을 중합 ·건조시키는 조작을 반복하여 천 바닥에 유성(油性)의 방수막(防水膜)을 형성시킨 것.

Moleskine.co.kr 에서 인용

속지는 중성지 (Acid-Free Paper)로 만들어져 오랜기간 변질 되지 않으며, 제본도 예술이다. 제본이 허술하면 노트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면 속지가 떨어지거나, 아예 통째로 표지에서 분리되는 사고(?)가 생기는데, 그럴 염려는 없어 보일 정도로 튼튼하다. 새 몰스킨을 구입하면, 속지의 바리에이션에 따라 색상이 다른 벨트를 두르고 있는데, 거기에 쓰인 문구.

The Legendary notebook of Hemingway, Picasso, Chatwin. 멋지다…

대포고냥군은 원래 아날로그적 감성이 어떤 느낌을 가리키는지는 알지만,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충분히 떠 안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LP레코드에서 느끼는 따스함이란 그냥 노이즈 일 뿐이라고 여기는 그런… 오랜기간 PDA에 의존한 대포고냥군은 손으로 쓰는 노트란 시대에 뒤 떨어진 구닥다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몰스킨 한권은 나에게 뭔가를 쓰는것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금 깨우치게 한다. 너무 오랫동안 키보드와 스타일러스에 길들여져 버린 대포고냥군은 뭔가를 쓴다는 일이 약간은 생소하고 두렵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ps. 이왕 노트를 산 김에, 로트링의 1.0mm 샤프펜도 지르다! 아아 로망이야!

징징의 ‘나두 잘 할께요’ 스페셜 에디션 몰스킨!

진경이와 함께 몰스킨을 한 권씩 나누어 갖고, 한참을 즐거워 했다. 그녀의 몰스킨은 포켓사이즈의 Plain Notebook. 이럴줄 알았다면, 액션샘플러 이벤트 때 두 권을 샀어야 하는건데! 게다가 더 배 아픈건 이벤트 페이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녀에게 물어봤었다는 거다. 그랬더니, 진경이는 두권 사서 하나 주세요. 라는 말까지 했었는데… 우리 이렇게 좋아하는 사이가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질렀어야 했다! 미안해 진깽아! 흑;;;

그녀는 어휘선택에 확실히 다른 감각을 지닌 듯 하다. 역시 문학사 학위인가! 평소에 늘 새로운 표현으로 내 눈을 반짝이게 해 주는 그녀에게 나의 첫 몰스킨에 기념이 될 만한 글을 남겨줄 것을 부탁했다. 노트 윗쪽에는 앞으로 잘하라는 협박(!)을, 노트 아랫쪽에는 나두 잘할께요라는 말을… 너무 귀여운 그림과 함께…

그녀는 문구를 좋아한다. 펜이 가득 꽂혀 있는 코너 앞에서 눈을 반짝대며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오늘, 몰스킨 한 권과 샤프펜을 선물로 받은 진경이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진경이가 열광하는 – 눈을 반짝이는 – 것들은 그녀와 비슷한 나이 또래들이 원하는 것과 조금은 달라보인다. 몰스킨 한권을 누구한테 사다준들 이렇게 환한 웃음을 댓가로 받을 수 있을까… 그녀가 작은것에 행복을 느끼는 소시민이라고 늘 나에게 하는 말처럼 말이다… 근데, 문구류는 결코 싸지 않다! 으하;;

내가 더 잘 할께요♡

정동길 @ Midnight

Jung Dong Path in Midnight – Ricoh GR digital, F4.8, 8 Sec, ISO 64

대포고냥군이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과 정동(貞洞)은 아주 가깝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정동입구를 볼 수 있다. 지금의 정동은 소공동에 속하는데, 지리적으로는 신문로, 태평로, 서소문에 둘러싸인 작은 지역이다. 원래는 신덕황후 강(康)씨의 능인 정릉(貞陵)이 현재의 정릉동으로 옮겨지기 전에 이곳에 있었던 이유로 정동이라고 불리게 된다. – 네이버 검색 참조. 정동은 고즈넉하다. 덕수궁 돌담길과 함께 구한말의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던 건물들 때문인지 매우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밤 12시 넘어서까지 정동에 있었다. 정동에 있다보면 잠깐잠깐 내가 있는 여기가 서울이라는 것을 잊게 된다. 회사일에 찌들어 있다 집에가서 양말 벗을때의 느낌이랄까…? 한편으로는 사람이라는것이 이렇게 얼마 안되는 작은 공원 같은 공간에 큰 위안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내 방에 있는 작은 창문과 같은 – 이전 글을 못읽으신 분은 여기 클릭 – 내 맘의 휴식 같은 정동… 나는 정동이 좋다.

매일 그녀와 같이 일을 하다보니, 늘 퇴근시간 이후에 늦게까지 회사 주변에서 데이트를 하게 된다. 회사 동료들과 마주칠까봐 불안불안해 하며 들어선 정동길. 역시 광화문은 주택가는 아니라 밤이되면 사람이 없구나… 조용하고 아늑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서 시립박물관으로 갔다. 이제는 손잡는걸 어색해 하지 않는 그녀. 첨에 손 잡았을 때 얼굴이 빨개져서 땅만 보고 따라오던 것이 얼마나 귀엽던지…

그녀는 신기하다. 손 잡는것 만으로도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빤히 쳐다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쳐녀자리인 그녀의 웃음은 정말이지… 참… 말로 설명 못하는 뭔가가 있다. 순수하면서 현실적이고 로맨틱하면서 비판적인 그녀는 신기하다…

무대신발 登場!

그녀가 신발을 샀다고 좋아한다. 무대신발이라며 한껏 즐거워하는 그녀. 코 끝에 달 수 있는 코사지도 있단다. 높은 힐 보다 낮은 슬리퍼가 더 잘어울리는 그녀. 진경이는 여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하다. 가벼운듯 하면서 깊고, 순진한듯 섹시하다. 신기하다. 나는 만 32년 째를 살면서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어제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