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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로 전 (展)

지난 9월 17일에 이미 끝나버린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 갔다가 찍었던 사진을 이제서야 정리해 본다. 이 날, 살짝 비가 내렸었는데 주차를 하고선 차에서 내리니 거짓말 같이 개었다. 공기중에 습기가 가득했지만, 아침 안개속을 걷는 듯 상쾌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던 날로 기억한다. 대포고냥군은 딱히 미술에 대한 안목같은 것은 없으나 각성이랄까 그랬던 계기가 있었다. 몇년 전 시카고 출장길에 우연히 들르게 된 어떤 뮤지엄에서 후기인상파인 피사로 (Pissaro) 전을 보게 되었던 거다. 그림을 감상하던 중, 눈과 머리가 시원해짐을 느꼈다. 머리 속으로 맑은 바람이 부는 느낌이랄까? 그때 이 후로, 미술은 대포고냥군의 머리속에 ‘영혼의 휴식’ 이 되었다.

광화문에서 거의 3년을 직장을 다니며 대한문 앞을 몇 백번도 더 지나 다녔을텐데도 덕수궁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석조전을 실제로 보는 것도 처음이었으며, 임금에게 하례를 하던 중화전도 교과서에서나 봤을 뿐이었던 대포고냥군. 역시 고궁은 왠지 심심할듯 한 느낌이지만 막상 가보면 이렇게 좋은 곳도 있구나 싶은 그런 곳이지 않나 싶다. 작품은 1, 2층 에 걸쳐 전시되고 있었는데 1층을 돌아보던 중 전시회 주최측에서 준비한 투어 가이드를 만났다. 미술과 교수 혹은 평론가로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 가이드분의 설명이 어찌나 감칠맛이 나던지 내내 따라다녔다. 보테로가 커왔던 환경,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다양한 상징들, 사물을 더욱 더 거대하게 보이게끔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 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이 날 대포고냥군은 잠깐이나마 미술 공부를 좀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으로 갑니다

티켓을 사고

폼잡는 징징

귀여운척 하는 징징

도는 징징

보테로 고양이야 안녕

석조전 처음 봤습니다

저기네요

나오면서 한 컷

페르난도 보테로 전에서 역시나 최고였던 작품은 ‘꽃 3연작’ 이었다. 거대한 세개의 캔버스에 그린 빨강, 노랑, 파랑색의 꽃. 그의 조국 콜롬비아에 대한 애정을 담은 이 작품은 가까이에선 평평하게 보이지만, 한 걸음만 작품에서 물러서면 마치 튀어 나올것만 같이 입체적이다. 좌우로 움직이면 마치 스테레오 픽쳐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또한 색상 선택은 정말 굉장해서 초 비비드하다는 말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대포고냥군과 도돌미와입후는 이 작품 앞에서 맘껏 ‘영혼의 휴식’ 을 가졌다.

ps. 미술관에 갔던 날인데 어째 이 포스팅은 정통 ‘도돌미’ 특집이 된 듯한 기분은 뭐지?
안경, 지대로 ‘도돌미’

마무리는 역시 홍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