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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에 대한 단상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대포고냥군이 살고있는 방의 창문은 꽤 맘에 든다. 70도 정도로 기울어져 있는 벽면에 수직으로 창을  내기 위해서 바깥쪽으로 박스처럼 튀어나오게 설계된 이 창문은 뭔가 낭만적이다. 나는 침대를 창가에 붙여 놓았는데, 누워 있자면 유리 박스를 통해 중천에 떠 있는 보름달이 눈앞에 보인다. 창문을 열어보면 키큰 나무들의 머리 꼭지가 보이고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포고냥군은 집에 있을때면 자주 창가에 서서 바깥을 지켜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머랄까, 내가 살고있는 홍대 앞이 촌 구석은 아니지만 전원주택에서 창 밖을 내다보는 그런 느낌을 조금은 받을 수 있달까…

사실, 지난 겨울 외풍이 심한 이 창문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FRP 소재의 이중창 – 방음도 확실한 – 이 아니라, 누워있자면 찬바람이 벽을타고 옆구리를 스치고, 아침 4시면 어김없이 들리는 엄청난 새소리 – 이거 장난아니다. 첨에는 산탄총을 사고싶었다. –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뭐… 이제는 적응 했는지 새소리가 알람이되고, 아침마다 얼굴에 떨어지는 햇살이 좋다.

작년 겨울, 이사갈 방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 이 창문을 보고서 주저 없이 계약하고 말았다. 뭐 그때는 이 방의 곧 터질 보일러나, 물새는 수도꼭지와 같은 위험요소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인간은 약한 존재라, 환경이라는 요소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이 창(窓) 하나에 얼마나 많이 의지했었는지… 이 창문이 없었으면 아마 돌아버렸을지도;;;

ps. 오후 8시, 이제야 비가 그쳤다. 이렇게 하루 온 종일 천둥번개가 쳤던 날은 생전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