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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둥이의 일기

2009년 8월 26일 비옴

아빠, 엄마는 휴가인지 며칠째 회사를 안가고 있다.
날씨는 덥고, 자도자도 끝없이 늘어지기만 한다.

앗, 저기서 아빠가 몸줄을 흔든다. 혹시 외출인건가?
일부러 귀여운척 깡총깡총 뛰어가 몸줄을 메어줬더니, ‘헛, 이놈봐라-‘ 하면서 꿀밤을 먹인다.
바깥에 나간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발바닥에 땀이 축축하다.
아빠를 따라 마당까지 내려왔더니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간다.
근데, 엄마도 운전을 할 줄 아나보다. 차가 휘청거리는게 좀 스릴있다.
휙휙 지나가는 다른 자동차를 보면 가슴이 쿵쿵 뛰는게 정말 흥분된다.
실수로 자동차 창문을 내리는 버튼을 밟았다가 아빠한테 쳐맞았다. 젠장-
그러고보니, 화장실 다녀오는 것을 잊었다. 괜찮겠지?

30분쯤 달렸을까. 예전에도 몇 번 온 기억이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주인 아저씨와 아빠, 엄마가 반갑게 인사한다.
엄마 아빠는 뭔가를 주문해서 먹고있다.
이 카페는 선반이 많아서 좋다.
선반위에 올라가 보고 싶은데 엄마가 ‘안돼!’ 했다.
‘우옹우옹’ 짜증을 좀 냈더니 ‘집에가서 보자’ 그랬다.
집에가서 쳐 맞을 때 맞더라도 올라가 보고싶다.

아빠, 엄마를 따라 가끔 가는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날 이뻐해 주는 사람들과, 무서워 하는 사람. 무서운게 아니라 싫은걸지도.
오늘도 테이블 사이를 다니다 한 여자 사람이 소리를 꺅- 질렀다.
니가 더 무섭다.

그런데 배가 살살 아프다.
아무래도 어제 아빠가 맥주 마실 때, ‘매운 양파링’ 한 개를 얻어 먹었던 것이 문제였던건가.
좀 쉬면 괜찮을까 해서 쿠션위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식빵 자세를 취해 보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주인 아저씨가 오더니, 귀엽다며 날 안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가스찬 배를 누르길래 짜증을 냈더니, 엄마가 성질 더럽다며 다시는 데려오지 않겠단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갈수록 배에서 ‘꾸르릉- 꾸르릉-‘ 이거 심상치 않다.
‘아빠, 화장실 가고 싶어-‘ 알아 들을리가 없다.
짜증나서 괜히 옆에서 자는 우키 머리통을 깠다.

계속 배 아프다고 찡얼댔더니 엄마가 눈치를 챘나보다.
카페를 나가려는 순간에 다른 손님과 만났다. 또 우키를 보고 이쁘다느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다구!’

여차저차 해서 일단 차에 타 출발. 그런데 길이 막히나 보다.
창문으로 보니 주변 차들이 모두 서 있다.

차가 움찔움찔 움직일 때마다 내 배 안의 똥을 자극한다.
이제 똥은 똥꼬 직전에 몰려있고, 뒷편의 가스는 당장이라도 똥들을 밀어낼 기세다.
그것도 모르는 아빠는 ‘조금만 참자-‘ 하면서 궁디팡팡을 해준다.
아빠 덕분에 똥이 5mm 진군했다.

20분 경과.

똥꼬는 마비되어 감각이 없다. 아무리 에옹에옹 소리쳐도 방법이 없다.
정신이 혼미하다. 여기서 내가 똥을 싼다면 구름이도, 우키도 날 우습게 볼 것이다.
그럴수 없다. 끝까지 참아서 집까지 가야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도 서서 창 밖의 자동차를 구경하고 있던 중
갑자기 길이 뚫렸는지 아빠가 강하게 코너링을 시도했다.
순간 뒷다리 힘이 풀리면서 똥 세덩이를 엄마의 팔과 캔버스 백위에 발사했다.

큰일이다! 이 자리를 떠야한다.
뒷 자리로 급히 도망왔지만 이미 똥을 방출하기 시작한 대장은 가혹했다.
뒷 자리에 짧은 똥 세덩이와 마무리로 대박 왕건이까지 내보내고서야 나의 배는 잠잠해졌다.

정확히 10초 후, 아빠가 내 똥 냄새를 감지했다.
동시에 똥 냄새를 맡은 우키도 날 쳐다보며 묘한 웃음을 짓는다.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

아빠는 내 똥냄새로 가득찬 차를 번개같이 몰았고,
우리는 정확히 5분 후에 집에 도착했다.
난 엄마손에 낚아채어져 화장실에 감금되었고,
아빠는 급히 뭔가를 챙겨 차로 뛰어갔다.

한참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날 야단치기는 커녕 안고선 미안하다고 했다.
맞다, 내가 똥을 싼것은 아빠가 그때 궁디팡팡을 해서다.
그런데 앞으로 난 아빠, 엄마 얼굴을 못 쳐다 볼것만 같다.
똥꼬에 힘을 과하게 줘서인지 탈진해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엄마가 와서 쓰다듬어 준다.
그냥 눈감고 자는 척했다.

엄마, 아빠가 잠든 후, 우키를 침대 밑으로 불러 구름이 한테 이르면 죽인다고 했다.
참 힘든 하루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