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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 부상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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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 전 아침, 서랍장 밑에 쏙 들어가 있는 우키를 꺼내려고 꼬리를 지긋이 당기는데, 얘가 나한테 하악질을 하는거다. 그래서 열라 혼만 내주고 출근. 그리고선 퇴근해서 자세히 보니, 우키가 이상하다. 살짝 살짝 저는가 하면, 앉을 때도 자꾸 옆으로 흐르는 오른쪽 뒷다리. 아니, 다리를 절 이유가 없는데 왜지? 새벽에 다른 애들이랑 놀다가 캣타워에서 떨어졌나?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고관절 부위를 더듬다보니 애가 욱- 욱- 하면서 아파한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 우키를 안고 다니던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선생님이 우키 다리를 하나하나 만져보시더니 우측 고관절이 빠진단다. 걱정했던 바와 같이 혹시 어디서 떨어지면서 뼈도 같이 상한건 아닌가 싶어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뼈는 상한 곳이 없고, 관절의 연골도 손상 없음.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엑스레이 소견상으로는 관절을 가동범위 바깥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잡고 있는 인대가 끊어지거나 늘어난 것은 판단 불가란다. 우선, 어디서 떨어지거나 해서 인대가 좀 늘어난 상태 정도 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케이지에서 한 달여를 쉬면 (cage rest) 완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인대가 아예 끊어졌다면 다시 붙기 어려울뿐더러 수술 이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천적인 탈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툭하면 어깨가 빠지는 사람과 같이 말이다. 일단 소염제와 진통제 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유가 뭘까.

그러다가, 나비님이 올리신 포스팅을 보았는데 – 맑음이도 오른쪽 다리가 자꾸 옆으로 새고 후덜덜 한다는 –  깜짝 놀랐다. 어찌 이리 똑같지;;; 원래 아메숏들이 뒷다리 관절이 좀 부실한걸까. 여전히 미스테리다. 며칠이 지난 지금, 뒷 다리는 약간 불편해 보이지만, 여느 때와 같이 미친듯 활발하다.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아버지가 내 팔을 잡고 빙빙 돌려주다가 내 어깨가 빠진거다. 뭐 병원에 가서 툭- 끼워넣곤 끝이었지만 어릴 때는 쉽게 탈구가 생기기도 하고 또 성장하면서 문제가 사라지기도 한다. 우키도 아마 그런 것일거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다. 여튼, 지금 상황으로는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인대의 이상유무도 보이지 않는 엑스레이 소견만으로 살을 가르고 열어볼 순 없지 않은가. 열어봤다가, 아무 이상없으면? 다시 꿰매면 되는?

휴우… 우키야 어서 나아라- 토닥토닥-

막내

누구세요?

상도동 집으로 이사오기 한참 전부터 생각해 왔었던 셋째의 입양. 바둥이에 이어 구름이를 들일때만 해도 이렇게 까진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 고양이가 둘일 때와 셋일 때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게다. 둘이 우다다 할 때랑, 셋이 우다다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를 것이고, 털날림에 따른 스트레스, 모래/사료값… 생각하면 할 수록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으로, ‘그래! 결정했어’ 와 ‘됐어, 무슨 셋째야…’ 사이를 한 백 번은 족히 왔다 갔다 한 듯 하다.

그러다 얼마 전, 어떤 고양이 커뮤니티를 보던 중, 부천에 있는 아메리칸숏헤어 캐터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3월 2일에 태어났다는 ‘팅커벨’ 이라는 아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캐터리에 메일을 통해 문의를 했더니, ‘팅커벨은 브리더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분양 할 예정이니, 대신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남자애는 어떻겠느냐’ 라는 회신이 왔다. 반려동물과의 만남은 운명같은 느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굳게 믿는 대포고냥군. 이미 팅커벨을 보고 난 후엔,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며칠사이 브리더 분과 메일을 열 번은 주고 받았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브리더분께서 팅커벨을 보내주기로 하셨고, 4월 30일 밤, 부천까지 달려서 막내를 데려왔다.

막내의 부모 묘(猫) 는 CFA 챔피언 들이다. 캐러비언의 해적에 나오는 ‘잭 스페로우 선장’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빠 고양이와 ‘소피아 해피’ 라는 엄마 고양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브리더 분께서 미국과 일본에서 직접 데리고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좌 : 아빠 묘) CFA GC Captain Jack Sparrow / (우 : 엄마 묘) Sofia Happy

그런데, 얘 성격이 장난이 아니다. 일단 전혀 겁이 없다. 집에 오자마자 숨기는 커녕, 우리 애들에게 하악 몇번 날려주시곤 심지어 위협, 바둥이를 이리저리 몰고 다닌다. 당연 겁 많은 구름이는 카오스 상태. ‘도돌미 와입후, 우리 아무래도 애들을 바보로 키운것 같구려-‘ 그리고 울음 소리가 특이하다. 야옹야옹이 아니라 삑삑- 뾰로롱뿅뿅 댄다. 무슨 지가 새 인줄 알고 있는 듯. 원숭이 소리 같기도 하고 말이지… 이 아이를 한 마디로 표현 하자면 ‘초 똥꼬 발랄’ 뿐이다. 첫 날부터 우다다를 하는데, 이건 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잡을수도 없다- 그러다가 배터리 다 된 것처럼 소파 한 구석에 쳐박혀 몇시간 자다가 또 달리고, 또 자고- 웃기는 녀석이다. 여자애라 그런지 애교도 정말 작살이라는. 조그만 녀석이 뒷 다리로 서서 머리로 비비기를 하지 않나, 만져주면 바로 배 까고 딩굴딩굴- 여튼, 얘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이제 상도드메종의 드림캣 풀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막내를 마지막으로 추가 입양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하고 싶다.

ps. 막내 이름을 우키 (Uki) 라고 지었어요-
우키- 라는 소릴 들었을 땐 이미 사라지고 난 후-;;;

이 사람이 울 아빠구나-

꼬리를 세우고, 허공을 달리자-

아빠- 바둥이 오빠가 잡으러 와요-